“올림픽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다음엔 다를 거예요.”
여자축구 WK리그 경주한수원의 미드필더 박예은(25)은 지난 4월 한국과 중국의 2020 도쿄올림픽 플레이오프 경기 패배가 두고두고 아쉬운 모양이다. 당시 발목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그는 “꼭 참가하고 싶었지만 운이 안 따랐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마음을 추슬렀다.
박예은은 한국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질 기대주다. 대표팀에서는 지소연(30·첼시), 이민아(30·인천 현대제철) 등 쟁쟁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들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 활발한 움직임과 몸싸움 능력, 슈팅력, 시야를 갖추고 있는 그의 존재는 내년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대표팀에게도 큰 힘이다.
실제 콜린 벨 감독은 이달 초 울산 여자축구대표팀 소집 훈련에 공수전환 능력이 좋고 파워풀한 플레이를 펼치는 그를 호출했다. 14일 경주 팀 숙소 앞에서 만난 박예은은 “벨 감독은 전진 패스를 주문한다. 또 골문에서 골문까지 쉴 새 없이 뛸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워낙 승부욕이 강한 박예은은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다.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한 지소연한테는 늘 배운다. 그는 “지소연 언니는 어려서부터 영웅이었다. 내가 축구를 더 열심히 하게 된 동기였다”며 “과거 미국 원정 친선 A매치에서 언니가 ‘너 잘 뛰네’라는 칭찬에 엄청난 자신감을 얻은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소속팀 경주한수원에서도 박예은은 일본 출신 아스나와 함께 공격과 수비를 잇는 핵심 구실을 하고 있다. 프리킥과 코너킥 능력이 뛰어난 그는 17일 현재 2골을 넣었고, 팀 득점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거나 도움주기를 기록하는 등 숨은 공신으로 활약중이다. 송주희 경주한수원 감독은 “공 소유와 터치, 패스가 좋은 선수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달 국가대표가 다수 포진한 인천현대제철에 시즌 첫 패배를 당한 것은 아프다. 박예은은 “현대제철엔 일대일 능력이 뛰어난 국가대표가 많다. 하지만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다. 나도 다음엔 더 적극적으로 욕심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예은이 독기를 품은 또 다른 이유는 창단 첫 우승을 위해서는 인천현대제철이라는 큰 벽을 넘어서야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박예은은 2017년 경주한수원 팀 창단 멤버이고, 올 시즌 뒤 유럽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탈리아 등 유럽의 구단 쪽과 접촉이 있다. 하지만 우승을 한 뒤에 유럽에 가고 싶다”고 했다.
현재 유럽파 여자축구 선수로는 지소연을 비롯해 이금민(브라이튼), 조소현(토트넘) 등이 꼽힌다. 이들은 더 성장해 돌아와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송주희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의 장래를 위해서는 자꾸 나가야 한다. 외국의 장신 선수들과 경쟁하면 경험과 여유, 패스 전개 등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예은은 “일단 리그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 “여자축구가 예쁘고 얌전하지만은 않다. 엉덩이 들썩이게 할 정도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고 있느니 팬들도 많이 WK리그 경기를 찾아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경주/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