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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독일에서 만난 차두리, 몇골 넣어야죠

등록 2006-04-10 15:26

6월13일 한국과 토고전이 열릴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츠방크아레나
6월13일 한국과 토고전이 열릴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츠방크아레나

독일에서 만난 차두리(26. 프랑크푸르트)는 생각보다 의연했다. 대표팀 발탁-탈락의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선수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활달했다. 얼굴에는 웃음을 잊지 않았다. 아마 축구 본고장에서 언론 등과 만나며 길러진 내공과, 출생지인 독일을 고향처럼 느끼는 정서적 안정감이 작용한 듯했다.

사실 차두리를 만나지 전까지 초조한 것은 내쪽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2시간여 떨어진 레버쿠젠의 호텔에서 아무런 보장도 없이 새벽부터 차두리의 팀 연습장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출장을 같이 간 차범근축구교실 쪽에서 전날 전화를 통해 연습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정작 출발하는 날에는 통화가 돼지 않아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차범근 축구교실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두리.
차범근 축구교실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두리.

아침 새벽에 출발하느라, 호텔에서 싸준 햄버거를 버스 안에서 먹으며 3시간여를 달려오자, 차두리 팀의 홈경기장이자, 6월13일 토고와의 첫 경기가 벌어지는 코메르츠방크 아레나가 나타났다. 그러나 차두리 팀의 연습장이 어딘지 몰라 위치를 찾느라 20분 정도 헤맸다. 겨우 경기장 앞의 연습장까지 도착했는데, 만나기로 한 시간인데도 차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일행이 버스 안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던 중 차두리가 버스 뒤쪽에서 축구공을 겨드랑에 끼고 걸어오고 있었다. 반가움에 `두리다'하고 버스에서 내려 달려갔다.

그는 축구교실 어린이들에게 "이번에 와서 운동장 등을 보고 유럽 축구에 대해 많이 느꼈을 것이고 자극이 됐을 것"이라면서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뛰는 것, 체력적인 것을 주로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공을 가지고 많이 노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충고했다.


연습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와 몸을 풀고 있는 두리.
연습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와 몸을 풀고 있는 두리.

차범근 축구교실 어린이와 대화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는 와중에 틈을 내 힘겹게 인터뷰를 했다.

 -지금 어떻게 준비 하고 있나요?

 =지금 다쳐가지고 혼자 재활하고 있구요.

 -어디 다쳤어요 .

 =허벅지 안쪽을 다쳤어요(오른쪽 가르키며) .

 -언제쯤 나을 것 같습니까 .

 =거의 다 회복단계에 들어갔구요.

 -요번 경기는 못 뛰겠네요.

 =오늘 훈련해보고, 내일 원정경기를 하러 떠나니까 상태를 봐야죠.

 -이번 월드컵 때 뛰어야 하는데.

 =경기를 뛰어서 월드컵에 나가는 게 중요하고.

 -조정은 잘 하고 있어요.

 =최선을 다할 뿐이죠.

 -이번에 핌 베어백 코치 만나봤어요.

 =예.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특별히 할 얘기는 없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죠.

 -리그 언제 끝나죠.

 =5월13일 날요.

 -그럼 몇 경기나 남았어요.

 =6경기 남았어요.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것 아닙니까?

 =한국에도 좋은 선수 많으니까, 못 나가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잘 하주겠죠.

 -여기가 홈이니까 나가서 홈에서 몇 골 넣어야죠.

 =하하하..., 그러면 좋구요.

 -언제 다쳤어요.

 =주말 경기(3월25일) 때요.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테레비 자꾸 나오는 것 안 좋아요.

동료와 함께 운동장을 돌며 즐겁게 잡담을 나누고 있는 두리.
동료와 함께 운동장을 돌며 즐겁게 잡담을 나누고 있는 두리.

차두리는 서둘러 공을 들고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른 동료선수와 둘이서 운동장을 몇바퀴 돈 뒤 준비운동을 했다. 본격적인 연습 전에 몸을 푸는 것이었지만 싱글벙글거리며 동료와 끊이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미더워보였다.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는 차두리에게 "파이팅"하고 작별인사를 하자 오른 손을 살짝 올리며 목례를 했다. 나도 독일에서 배운 인사말로 "츄스"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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