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회 1무7패 ‘무승 징크스’ 날려
52년 월드컵 도전사 또하나 이정표
52년 월드컵 도전사 또하나 이정표
한국 축구가 마침내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13일 토고전 승리로 월드컵 도전 52년 만에 처음으로 국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승리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은 그동안 6차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3승6무12패(통산랭킹 3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3승(스페인과의 8강전은 무승부로 기록)은 모두 국내에서 열린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거둔 것. 국외에서 열린 5차례의 월드컵만 따지면 4무10패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토고전 승리로 역대 월드컵 첫 승점, 첫 선취골, 첫 승, 첫 조별리그 통과, 첫 4강에 이어 마침내 원정경기 첫승과 첫골의 숙원을 한꺼번에 풀어버렸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는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대회를 거듭하면서 한 단계씩 이정표를 쌓아나갔다. 첫 출전한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는 비록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참패했지만, 유럽과 미주 대륙을 제외한 제3세계 국가의 첫 월드컵 출전이라는 발자취를 남겼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는 북한이 ‘축구변방’으로는 처음 8강에 오르는 신화를 창조했다. 이후 제3세계 국가의 8강 진출은 무려 24년 뒤인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이르러서야 카메룬이 달성할 만큼 당시 북한의 성적은 놀라운 것이었다.
한국은 1960~70년대 월드컵과 유난히 인연을 맺지 못하다가 32년 만인 86년 멕시코월드컵에 진출했다. 이 대회에서 박창선은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후반 그림같은 중거리슛으로 월드컵 출전 사상 첫골의 기쁨을 맛봤다. 또 한국은 불가리아와의 두번째 경기에서 1-1 동점을 기록하며 첫 승점을 따내는 기록도 세웠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왼발의 달인’ 하석주의 환상적인 프리킥골로 월드컵 도전 44년 만에 본선에서 처음으로 선제골을 넣는 이정표를 남겼다.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마침내 온 국민의 숙원이었던 첫승과 16강 진출을 동시에 이뤘고, 내친김에 4강 신화까지 달성했다.
한국의 토고전 승리는 유럽 대회 징크스마저 날려버렸다. 한국은 본선에 오른 6차례의 월드컵 가운데 유럽에서 개최된 3개 대회에서 1무7패의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반면, 비유럽에서 열린 3개 대회에서는 3승5무5패, 한-일월드컵을 제외하더라도 3무3패의 무난한 전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토고전 승리로 유럽대회 첫승과 함께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을 향한 디딤돌까지 놓았다.
스포츠평론가 기영노씨는 “오늘 승리는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 큰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2002년 4강 진출이 안방 이점이었다는 일부 비난을 잠재운 쾌거”라고 평가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스포츠평론가 기영노씨는 “오늘 승리는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에 큰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2002년 4강 진출이 안방 이점이었다는 일부 비난을 잠재운 쾌거”라고 평가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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