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에 줄무늬 셔츠, 앞가슴을 열어젖힌 오토 피스터 토고 감독은 13일에도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경기장에 도착하는 등 돌출행동을 연출했다. 프랑크푸르트/AFP 연합
‘수당갈등’ 토고 후반 경기력 급격 하락
전반 31분 모하메드 카데르의 선제골이 터지자, 토고 선수들은 흥겨운 아프리카 토속춤을 추면서 즐거워했다. 경기장에 온 불과 100여명의 토고 응원단도 신바람을 냈다. 바로 전날까지 출전수당 문제와 감독 사퇴 등으로 내분을 겪었던 ‘우울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토고는 전반 활발한 패스와 유연한 개인기를 선보여 한국팀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토고는 후반 7분 만에 장폴 아발로가 경고 두 차례로 퇴장당하면서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곧이어 이천수의 자유차기로 동점골, 안정환의 중거리슛으로 역전골을 잇달아 허용하면서 다시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한 토고의 경기 모습은 마치 자신들의 최근 갈지자 행보를 보여주는 듯했다. 토고는 지난달 10일 독일 방겐에 일찌감치 캠프를 차리고 월드컵에 대비했다. 하지만 토고 선수단은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막고 은둔하다시피 비밀훈련을 했다. 평가전마저도 독일 2부리그 프로팀이나 지역선발팀 등과 치러 전력을 감췄다. 국가간 경기(A매치) 평가전은 국제축구연맹 랭킹 123위 리히텐슈타인과 치른 게 고작이었다.
베일에 가려졌던 토고는 엉뚱하게도 월드컵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두고 출전수당 문제로 내분을 겪으며 세상 밖으로 불거져나왔다. 그리고 오토 피스터 감독이 월드컵 개막일에 사퇴하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빚어졌다. 선수들은 훈련을 중단했고, 일부 선수는 유흥가를 배회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토고의 이런 ‘도깨비 행보’는 한국과의 첫 경기를 코앞에 두고 절정에 이르렀다. 피스터의 후임 감독으로 코조비 마웨나 코치를 임명한다고 밝혔다가, 다시 빈프리트 셰퍼 전 카메룬 감독과 협상을 벌였다. 그러더니 한국과의 경기에는 느닷없이 피스터 감독이 청바지와 헐렁한 셔츠 차림으로 사령탑에 복귀했다.
피스터 감독은 경기 뒤 “팀에 컴백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며 “선수들이 자만했고, 승리를 너무 확신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스위스와의 2차전을 준비하겠다”며 다시 방겐으로 향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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