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골 뒤풀이들
가면, 샌드백, 바이올린에서 이스라엘 국기까지….
인상적인 골 뒤풀이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기상천외한 뒤풀이 뒤에는 갖가지 재미있는 사연도 담겨있다.
소품형=17일(한국시각) 가나의 설리 알리 문타리가 후반 37분 체코를 맞아 절묘한 2-1 패스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그런데 팀 동료 존 판스틸은 엉뚱하게도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면서 좋아했다. 그는 이스라엘 마카비 텔아비브 소속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미리 이스라엘 국기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면을 바지춤에서 꺼내 죽은 동료를 위해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를 펼친 이반 카비에데스(에콰도르)와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하려고 Y자를 새긴 속옷을 입고 뛴 이천수도 ‘소품형’에 속한다.
예술형=18일 이탈리아와 미국의 경기에서는 우아한 골 뒤풀이가 나왔다. 전반 22분 이탈리아 안드레아 피를로의 프리킥을 문전으로 쇄도하며 멋진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한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는 관중들 앞에서 마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듯한 뒤풀이를 선보였다. 결승전에서만 보여주겠다는 잉글랜드 피터 크라우치의 ‘로봇춤 세리머니’도 예술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예술적 표현의 압권은 덴마크의 미카엘 라우드롭이 꼽힌다. 그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골을 넣은 뒤 잔디에 한팔을 괴고 누워 마치 모델처럼 요염한 포즈를 취했다.
집단형=토고 선수들은 한국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두손을 새 부리처럼 구부리고 허리를 굽힌 채 줄지어 걸어가는 집단 골 뒤풀이를 선보였다. 토고 축구의 상징 ‘새매’가 먹이를 쪼는 모습을 집단으로 형상화한 것. 집단형 골 뒤풀이는 아프리카 선수들의 ‘민속춤 세리머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호주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집단으로 복싱선수가 됐다. 후반 39분 골을 넣은 팀 케이힐을 따라 코너킥 지점에서 샌드백을 치듯 허공을 향해 원, 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 선수들이 미국전에서 ‘오노 세리머니’를 단체로 연출해 화제가 됐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가 18일 미국과의 경기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듯한 골 뒤풀이를 선보이고 있다. 카이저슬라우테른/AFP 연합
호주는 일본과의 경기에서 집단으로 복싱선수가 됐다. 후반 39분 골을 넣은 팀 케이힐을 따라 코너킥 지점에서 샌드백을 치듯 허공을 향해 원, 투,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 선수들이 미국전에서 ‘오노 세리머니’를 단체로 연출해 화제가 됐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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