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월드컵 한국-프랑스 경기가 열린 지난 19일 새벽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밤샘 응원을 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100만여명 “비와도 거리에서”
집 나가면 고생 ‘방콕족’도
고양 ‘킨텍스’서도 대규모 응원
집 나가면 고생 ‘방콕족’도
고양 ‘킨텍스’서도 대규모 응원
24일 새벽 스위스전
한국팀의 월드컵 16강 진출 분수령인 24일 스위스전을 앞두고, 어디서 경기를 보며 응원할지 ‘12번째 선수들’의 즐거운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가 벌어지는 날은 학교와 공공기관이 쉬는 토요일이어서, 이날 거리응원 규모를 결정할 열쇠는 날씨다. 장마철에 접어들어 곳곳에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등 중부 지방은 토요일 오전까지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날씨와 상관없이 거리에서 경기를 보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경찰은 서울 37만명 등 전국적으로 101만여명이 거리응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원 이정기(29)씨는 “비가 오든 우박이 떨어지든 시청 앞 광장이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응원을 나가겠다”며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감격의 순간을 느끼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거리에서 응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열혈 응원파의 ‘투혼’에 붉은색 비옷도 벌써 곳곳에서 동이 났다. 비옷을 판매하는 박성구씨는 “일회용 비옷은 원래 악성 재고에 속하는데, 스위스전 때 비가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만여장이 팔려나갔다”고 귀띔했다. 한편, 붉은 악마 후원사인 케이티에프는 비옷 1만장을 준비해 시민들에게 나눠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실속파도 있다. 인터넷 업체에 다니는 최영일(37)씨는 경기 전날 저녁에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밤을 새우며 축구경기를 볼 계획이다. 최씨는 “새벽 거리응원은 엄두가 나지 않고, 호프집 술값도 만만치 않아 집으로 동료들을 초청했다”며 “맥주와 음료수, 안주 등을 잔뜩 쌓아놓고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가 와도 끄떡없는 대형 응원 장소도 마련됐다. 국내 최대규모 전시장인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한국국제전시장)는 24일 2만평 규모의 전시장을 응원장으로 내놓는다. 2개의 대형 화면이 설치되고, 개그맨 이용식씨가 응원단장을 맡는다. 경기를 기다리는 동안 23명의 유명 가수가 공연을 펼치고, 수영복 패션쇼도 준비돼 있다. 김인식 킨텍스 대표는 “동시에 5만명 이상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전시장인 만큼 거리응원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화장실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며 “비가 와도 붉은 악마들이 마음껏 응원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야영화를 즐긴 뒤 극장에서 경기를 보거나, 주말여행을 떠나 콘도에서 응원하겠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리조트 관계자는 “이번주 금요일 콘도 예약률을 조사해 보니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90%를 넘어 금요일 평균 예약률인 82~83%보다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조혜정 유신재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