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희망’ 가나 선수들이 미국과의 경기에서 전반 23분 하미누 드라마니가 첫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뉘르베르크/AP 연합
“월드컵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변이 있어서다”
경기 규칙만이 정해져 있고 경기의 결과가 정해져 있는 않은, ‘예측불가능’의 세계가 스포츠경기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스포츠 결기 결과’를 놓고 각종 도박이 성행한다. 사회가 안정적일수록 스포츠경기가 가져다주는 ‘예측 불가능성’은 매혹적이다. 전통을 강하게 고수하는 나라 영국이 축구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범국가적 열광을 보여주는 것을, “영국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것은 축구 경기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해설도 있다.
여느 스포츠처럼 축구도 예측불가능성이 더욱 팬들을 열광시킨다. 기록의 경기 야구에 비하면 축구의 예측 불가능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제축구연맹(피파)는 전세계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공식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하지만 월드컵대회에서 보듯, 피파 순위는 그다지 ‘영양가’가 없다.
축구에서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이다. 강자로 여겨진 상대를 약자가 꺾는 이변이 일어날 때마다 팬들을 열광한다. 더구나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춘 팀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항상 ‘이변’이 일어난다. 또 월드컵에서 ‘이변’이라 불리는 예상외의 결과도 사실 알고보면 결코 운과 이변으로만 여길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
2006독일 월드컵은 ‘이변’이 적은 ‘조용한’ 월드컵이라는 평이지만 조별 리그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가나의 16강 진출 소식은 다시금 월드컵 무대를 ‘이변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처녀 출전국 ‘가나’의 무서운 돌풍
한국에 초콜렛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가나는 월드컵 처녀출전국이다. 피파랭킹 48위의 가나는 이탈리아(FIFA랭킹 13위)에게 0-2로 무릎을 꿇었지만, 체코(FIFA랭킹 2위)와 미국(FIFA랭킹 5위)을 차례로 꺾으며 16강에 진출해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으로 떠올랐다. 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카메룬의 ‘검은 돌풍’을 연상케 한다. 당시 카메룬은 조별예선 리그에서 마라도나가 있던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격파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카메룬은 그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카메룬의 돌풍은 유럽과 남미 중심의 세계 축구계에 검은 대륙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대회 때도 ‘죽음의 조’라고 불리던 E조에서 가나가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예상은 이탈리아와 체코, 혹은 이탈리아와 미국이었다. 월드컵 이변의 주인공 아프리카 월드컵 이변의 중심에는 항상 아프리카가 있다. 아프리카가 월드컵무대에 처음 발걸음을 내민 것은 1974년 서독월드컵이다. 당시 참가했던 나라는 자이레(현 콩고)였다. 당시 자이레는 제대로 된 팀이 아니었다. 체육부 장관이 직접 감독으로 벤치에 앉는 등 ‘이슈메이킹’ 이외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경기 결과도 처참했다. 유고슬라비와의 경기에서 0-9로 패해 월드컵 역대 최다 점수차 패배를 기록하고 ‘3전 3패 무득점 14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안고 귀국해야 했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월드컵 때 헝가리에 0-9로 패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무섭게 발전하기 시작한다. 타고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나가던 아프리카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카르타고의 후예’ 튀니지가 멕시코를 3-1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월드컵 첫 승을 신고한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알제리와 카메룬은 ‘아프리카 돌풍시대’를 선언한다. 당시 카메룬은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3무를 기록하며 아프리카 첫 사상 월드컵 무패 기록을 세웠고, 알제리는 강호 서독을 2-1로 격파하고 칠레마저 3-2로 꺾는 이변을 일으켜 ‘검은 돌풍’의 도래를 알렸다. 하지만 알제리는 골 득실 차이에 밀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아프리카 최초의 16강 진출 팀은 모로코였다. 모로코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때 강호 포르투갈 등을 격파하며 잉글랜드를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 이러한 밑바탕이 1990년의 카메룬의 ‘검은 돌풍’을 만들어 나갔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세네갈 그리고 현재의 가나를 탄생시킨 것이다. 또다른 이변과 돌풍의 핵, 북한과 한국 월드컵 이변의 주인공은 아프리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도 그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 전에서 붉은 악마가 내걸었던 카드섹션은 ‘AGAIN 1966’이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은 월드컵 역사에 남는 이변이 연출됐던 대회이다.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북한’이라는 나라가 초호화 군단 이탈리아를 1-0으로 이긴 것이다. 개마고원에서 체력훈련을 하며 몸을 무쇠로 만들었다는 북한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몰아붙이다 박두익의 그림같은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격퇴시켰다. 북한에 져, 예선탈락한 이탈리아는 귀국시 썩은 토마토세례까지 받았다. 이 경기는 AFP통신이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격침’시킨 경기 등과 함께 월드컵 72년 역사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한 6대 경기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북한이 8강에서 에우제비우가 이끄는 포루투갈과 맞붙은 경기는 지금도 ‘세기적 명승부’로 평가받고 있다. 3-0으로 앞서나가던 북한은 후반 에우제비우에게 연속 4득점을 허용해 결국 3-5로 아깝게 역전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의 한국도 4강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키며 ‘월드컵 이변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8강 경기는 6월 7일〈파이낸션타임스〉가 뽑은 ‘월드컵 경기 역사 10대 이변’에 1966년 북한과 이탈리아의 경기와 나란히 선정되기도 했다. 경기 전날 나이트클럽 선 즐긴 미국, 축구종가 잉글랜드 격파도 월드컵 역사상 최대의 ‘이변’ 경기로는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때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를 꼽는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잉글랜드는 미국에 0-1로 지는 ‘수모’를 당했다. 미국은 프로축구팀이 단 한 팀 있을 정도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는 축구 수준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미국 선수들 스스로도 ‘놀러왔다’며 경기 전날까지 나이트클럽에서 유흥을 즐기기도 했다. 슈팅수 1:20의 차이가 말해주듯 잉글랜드의 일방적 경기였지만 결국 미국의 ‘한방’을 막지 못해 패했고, 언론들은 〈잉글랜드 1:0 미국〉, 〈잉글랜드 10:0 미국〉 이라는 ‘오보’를 낼 정도였다. 이번 대회에서 32년 만에 본선무대에 진출한 호주의 16강행도 ‘이변’의 대열에 끼었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의 막강한 전력은 호주의 16강 진출을 낙관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히딩크의 ‘마술’이란 칭호에 걸맞게 일본엔 극적인 역전승, 크로아티아엔 극적인 동점을 끌어내 크로아티아를 예선 탈락시키며 16강행 열차를 타게 됐다. 일본도 이번 월드컵서 이변 아닌 이변을 기록했다. 일본은 호주와의 1차전 경기에서 1-0으로 이기고 있던 중, 후반 종료 7분을 남기고 3골을 허용했다. 월드컵 역사상 이런 기록은 처음이었다.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볼 수 없는 ‘이변’중의 하나다. ‘옐로카드’를 3번 받고 퇴장당한 웃지 못할 ‘이변’도 있다. 23일 열린 호주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크로아티아의 미드필더 요시프 시무니치는 옐로카드를 2번 받았으나 주심의 착각으로 퇴장당하지 않아 그대로 경기를 뛰었고 다시 반칙으로 경고를 받아 그때서야 퇴장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월드컵 최초로 경고를 3번 받고 퇴장당한 사례로 기록됐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한국에 초콜렛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가나는 월드컵 처녀출전국이다. 피파랭킹 48위의 가나는 이탈리아(FIFA랭킹 13위)에게 0-2로 무릎을 꿇었지만, 체코(FIFA랭킹 2위)와 미국(FIFA랭킹 5위)을 차례로 꺾으며 16강에 진출해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으로 떠올랐다. 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카메룬의 ‘검은 돌풍’을 연상케 한다. 당시 카메룬은 조별예선 리그에서 마라도나가 있던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격파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카메룬은 그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카메룬의 돌풍은 유럽과 남미 중심의 세계 축구계에 검은 대륙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대회 때도 ‘죽음의 조’라고 불리던 E조에서 가나가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예상은 이탈리아와 체코, 혹은 이탈리아와 미국이었다. 월드컵 이변의 주인공 아프리카 월드컵 이변의 중심에는 항상 아프리카가 있다. 아프리카가 월드컵무대에 처음 발걸음을 내민 것은 1974년 서독월드컵이다. 당시 참가했던 나라는 자이레(현 콩고)였다. 당시 자이레는 제대로 된 팀이 아니었다. 체육부 장관이 직접 감독으로 벤치에 앉는 등 ‘이슈메이킹’ 이외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경기 결과도 처참했다. 유고슬라비와의 경기에서 0-9로 패해 월드컵 역대 최다 점수차 패배를 기록하고 ‘3전 3패 무득점 14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안고 귀국해야 했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월드컵 때 헝가리에 0-9로 패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무섭게 발전하기 시작한다. 타고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이어나가던 아프리카는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카르타고의 후예’ 튀니지가 멕시코를 3-1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월드컵 첫 승을 신고한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알제리와 카메룬은 ‘아프리카 돌풍시대’를 선언한다. 당시 카메룬은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3무를 기록하며 아프리카 첫 사상 월드컵 무패 기록을 세웠고, 알제리는 강호 서독을 2-1로 격파하고 칠레마저 3-2로 꺾는 이변을 일으켜 ‘검은 돌풍’의 도래를 알렸다. 하지만 알제리는 골 득실 차이에 밀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아프리카 최초의 16강 진출 팀은 모로코였다. 모로코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때 강호 포르투갈 등을 격파하며 잉글랜드를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 이러한 밑바탕이 1990년의 카메룬의 ‘검은 돌풍’을 만들어 나갔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세네갈 그리고 현재의 가나를 탄생시킨 것이다. 또다른 이변과 돌풍의 핵, 북한과 한국 월드컵 이변의 주인공은 아프리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도 그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 전에서 붉은 악마가 내걸었던 카드섹션은 ‘AGAIN 1966’이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은 월드컵 역사에 남는 이변이 연출됐던 대회이다.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북한’이라는 나라가 초호화 군단 이탈리아를 1-0으로 이긴 것이다. 개마고원에서 체력훈련을 하며 몸을 무쇠로 만들었다는 북한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몰아붙이다 박두익의 그림같은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격퇴시켰다. 북한에 져, 예선탈락한 이탈리아는 귀국시 썩은 토마토세례까지 받았다. 이 경기는 AFP통신이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격침’시킨 경기 등과 함께 월드컵 72년 역사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한 6대 경기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북한이 8강에서 에우제비우가 이끄는 포루투갈과 맞붙은 경기는 지금도 ‘세기적 명승부’로 평가받고 있다. 3-0으로 앞서나가던 북한은 후반 에우제비우에게 연속 4득점을 허용해 결국 3-5로 아깝게 역전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의 한국도 4강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키며 ‘월드컵 이변사’의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8강 경기는 6월 7일〈파이낸션타임스〉가 뽑은 ‘월드컵 경기 역사 10대 이변’에 1966년 북한과 이탈리아의 경기와 나란히 선정되기도 했다. 경기 전날 나이트클럽 선 즐긴 미국, 축구종가 잉글랜드 격파도 월드컵 역사상 최대의 ‘이변’ 경기로는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때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를 꼽는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잉글랜드는 미국에 0-1로 지는 ‘수모’를 당했다. 미국은 프로축구팀이 단 한 팀 있을 정도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는 축구 수준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미국 선수들 스스로도 ‘놀러왔다’며 경기 전날까지 나이트클럽에서 유흥을 즐기기도 했다. 슈팅수 1:20의 차이가 말해주듯 잉글랜드의 일방적 경기였지만 결국 미국의 ‘한방’을 막지 못해 패했고, 언론들은 〈잉글랜드 1:0 미국〉, 〈잉글랜드 10:0 미국〉 이라는 ‘오보’를 낼 정도였다. 이번 대회에서 32년 만에 본선무대에 진출한 호주의 16강행도 ‘이변’의 대열에 끼었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의 막강한 전력은 호주의 16강 진출을 낙관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히딩크의 ‘마술’이란 칭호에 걸맞게 일본엔 극적인 역전승, 크로아티아엔 극적인 동점을 끌어내 크로아티아를 예선 탈락시키며 16강행 열차를 타게 됐다. 일본도 이번 월드컵서 이변 아닌 이변을 기록했다. 일본은 호주와의 1차전 경기에서 1-0으로 이기고 있던 중, 후반 종료 7분을 남기고 3골을 허용했다. 월드컵 역사상 이런 기록은 처음이었다.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볼 수 없는 ‘이변’중의 하나다. ‘옐로카드’를 3번 받고 퇴장당한 웃지 못할 ‘이변’도 있다. 23일 열린 호주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크로아티아의 미드필더 요시프 시무니치는 옐로카드를 2번 받았으나 주심의 착각으로 퇴장당하지 않아 그대로 경기를 뛰었고 다시 반칙으로 경고를 받아 그때서야 퇴장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월드컵 최초로 경고를 3번 받고 퇴장당한 사례로 기록됐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