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스타] 잔루이지 부폰 (이탈리아)
호주의 스콧 치퍼필드(32·바젤)는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골이나 다름없는 슛을 몇번이나 막아낸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28·유벤투스)이 야속할 뿐이었다.
부폰은 이날 호주의 파상공세에 한치의 틈도 주지 않았다. 그럴수록 관중석에 있던 그의 여자친구 알레나 세레도바의 환호성도 커져만 갔다. 특히 후반에는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33·인테르밀란)의 퇴장으로 이탈리아가 위기에 빠졌지만 부폰이 지킨 골문은 끄덕 없었다.
27일 새벽(한국시각)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열린 이탈리아와 호주의 16강전이 끝나자, 국제축구연맹(FIFA) 테크니컬 스터디그룹(TSG)은 ‘이 경기의 수훈선수’(맨 오브 더 매치)로 페널티킥 결승골을 성공시킨 프란체스코 토티(30·AS로마)가 아니라 부폰을 선정했다. “세차례의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는 이유였다.
부폰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단 한골만을 내줬다. 특히 2005년 ‘올해의 골키퍼’이자, ‘세계 베스트11’인 페트르 체흐(첼시)가 버틴 체코와의 ‘최고 수문장’ 대결에서도 2-0 완승을 거뒀다. 이탈리아 골문을 쉴새없이 두들긴, 그의 절친한 팀 동료 파벨 네드베트(34·유벤투스)는 경기 뒤 “부폰은 우리의 슛을 모조리 막아냈다”며 그를 치켜세울 정도였다.
부폰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키퍼’다. 그는 17살 때 이탈리아 세리에A에 데뷔해 19살 때 국가대표가 됐다. 23살 때인 2001년에는 골키퍼 사상 최고액인 4590만달러(약 440억원)의 이적료를 받고 유벤투스로 옮겼다. 하지만 그는 요즘 이탈리아 세리에A의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려 있다. 독일월드컵 개막 직전에는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부폰은 편치않은 마음으로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골키퍼 최고의 명예인 ‘야신상’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가 승부조작 스캔들을 털어내고 ‘야신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인생 최대의 갈림길이 그 앞에 놓여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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