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퇴장으로 팀 패배 자초
어제 페널티킥으로 승리 견인
어제 페널티킥으로 승리 견인
‘마법’에 홀렸던 토티가 4년 전 한국에서 겪었던 시련을 털어내고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지긋지긋했던 악연을 털어냈다.
0-0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던 이탈리아와 호주의 16강전. 연장전을 코앞에 둔 후반 추가시간 3분께 이탈리아의 수비수 파비오 그로소(팔레르모)가 벌칙구역 왼쪽측면을 파고들다 호주의 루카스 닐(블랙번)의 팔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낸다. 공 뒤에 선 이는 프란체스코 토티(AS로마). 카메라를 통해 클로즈업된 그의 눈빛에는 골에 대한 집념과 긴장감이 동시에 이글거렸다.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 1-1 팽팽한 접전이 펼쳐지던 연장 전반 13분 토티가 한국의 벌칙구역에서 수비수에 걸려 넘어지는 듯 보였다. 페널티킥이 주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철렁한 순간, 바이런 모레노 주심은 공격수의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간주하고 토티에게 두번째 옐로카드를 뽑아들었다. 당시 “한골이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토티의 퇴장으로 경기흐름은 한국에 넘어왔고, 이는 안정환의 결승 골든골의 기폭제가 됐다.
4년이 지난 27일(한국시각)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열린 호주와 이탈리아의 16강전은 그날의 빚을 갚으려는 토티가 잔뜩 벼른 경기였다. 후반 29분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유벤투스)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들어선 토티는 공수의 연결고리 노릇을 하며 반전을 노렸다. 호주는 후반 5분 마르코 마테라치(인테르밀란)의 퇴장으로 맞은 수적 우세를 이용하지 못했고 “킬러본능이 없었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원톱 마크 비두카(미들즈브러)에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만을 고집했다. 결국 경기 종료 불과 30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토티는 이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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