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고위 정치인이 프랑스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인종과 종교를 들추며 비꼬아, 월드컵 결승전 패배로 의기소침한 프랑스인들의 부아를 치밀게 하고 있다.
북부리그 당수인 로베르토 칼데롤리 상원 부의장은 이탈리아 팀의 우승 직후 “프랑스 팀은 흑인, 이슬람교도, 공산주의자들로 구성돼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에 졌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백인에 가톨릭교도 일색인 이탈리아 팀의 우승은 “정체성의 승리”라는 주장이다.
지네딘 지단의 박치기 이유를 놓고 그가 인종주의적 모욕을 당했다는 추측이 이는 가운데, 불에 기름을 붓는 발언이다. 이탈리아 주재 프랑스대사는 “비열하며 용납할 수 없고, 증오를 조장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칼데롤리 부의장은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파문이 일자, 그는 “객관적이고 명백한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반응을 내놨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사과를 거부한 그는 “자랑스러울 게 없는 식민 역사가 프랑스를 다인종 국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11명 중 7명이 흑인이라는 점에 사람들이 당혹해하고, 어떤 선수들은 베들레헴보다는 메카를 그리는 것이 내 잘못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칼데롤리 부의장은 이런 문제에 ‘전과’가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 초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 만평 파문이 일었을 때 개혁부 장관 자리에 있던 그는 문제의 만평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텔레비전에 나와 큰 반발을 샀다. 리비아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로 11명이 숨졌고, 벵가지 주재 이탈리아 영사관이 시위대에 점거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한겨레>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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