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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의 스포츠 읽기] 김동선 국가대표 발탁 ‘문제있는 잣대’

등록 2021-06-22 17:20수정 2021-07-19 18:32

2014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동선. 연합뉴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동선. 연합뉴스

사례 1. 중학생 A는 학교에서 함께 운동하던 친구를 때렸다. 학교폭력위원회는 그에게 출석정지 5일 조치를 했다.

사례 2. 성인 B는 술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했다.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똑같이 2017년에 벌어진 일이다. 현시점에서 중학생 A와 성인 B는 어떻게 됐을까. A는 작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엔씨(NC) 다이노스에 1차지명을 받았지만 뒤늦게 학폭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명이 철회됐다. 성인 B는 7월 뒤늦게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A는 올해 김해고를 졸업한 김유성, B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 김동선(32·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이다.

김동선은 도쿄올림픽 마장마술 대표팀으로 유일하게 승선했다.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국제마장마술 그랑프리 프리스타일에서 우승하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냈다.

김동선의 대표팀 발탁은 대한체육회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10조 ‘결격 사유’ 2항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집행유예 기간 종료 뒤 2년이 지났기 때문에 김동선은 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22일 “형 집행 등이 끝나 결격 사유가 없다”고 확인했다.

법적인 처벌 등이 끝났다고 해도 이는 요즘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결정이다. 당장 여자배구 대표팀 주 공격수 이재영(25)과 주전 세터 이다영(25)은 과거 학폭 문제로 대한배구협회로부터 국가대표 자격이 무기한 박탈됐다. 둘의 부재가 도쿄올림픽에서 44년 만에 메달을 노리는 대표팀에 초대형 악재가 됐음에도 내린 결단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학폭을 저질렀다면 선수로서 성공 못 하도록 학교폭력 가해자 선수 선발 및 대회 참가를 제한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아마추어 선수에게 내민 잣대를 국가대표에도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김동선이 뛰어난 마장마술 선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시안게임 단체전(2006 도하, 2010 광저우, 2014 인천)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2014 인천) 등 국내 승마 발전에 기여한 면도 크다. 이미 법적인 처벌을 받았고 체육회 규정상 문제도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출전하는 ‘국가대표’다. ‘국가’라는 앞의 두 글자를 지우고 ‘대표’만을 뽑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좋은 성적으로 속죄하겠다”는 말은 아주 시대착오적이다.

대한체육회 규정이 문제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손질을 해야만 한다.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발탁 이유를 합리화하지는 않는다. 대한체육회는 언제까지 ‘적폐’라는 말에 코웃음만 치고 있을 것인가.

스포츠 팀장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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