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대회 출전·IOC 선수위원 출마 ‘두 토끼’ 잡는 강광배 선수
“겨울스포츠 약소국을 대변하고 지원하기 위해 출마했습니다.”
‘개척자’로 불리는 강광배(33·강원 도청)가 또하나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토리노 겨울올림픽에 출전중인 ‘한국판 쿨러닝’의 주인공 강광배 선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당선과 스켈레톤 10위 이내 입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스키선수 야니카 코스텔리치(크로아티아), 루지(활강용 썰매) 5연패에 빛나는 게오르그 해클(독일), 중국 쇼트트랙의 별 양양A 등과 함께 15명의 선수위원 후보로 나섰다. 선수위원은 토리노 올림픽에 출전한 2600여 선수들의 직선투표로 2명을 뽑는다. 투표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시작돼 22일까지 하고, 23일 오후 1시 결과가 발표된다.
그는 10일과 11일 스키와 봅슬레이 선수들이 묵고 있는 알프스산 자락의 세스트리에레 선수촌을 잠시 빠져나왔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묵고 있는 토리노와 바르도네키아 선수촌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만나는 선수들에게 영어와 불어로 자신이 직접 만든 A4 용지 한장 분량의 홍보물을 나눠주며 포부를 밝혔다.
강광배는 대학 시절까지 스키 선수였다. 그런데 1994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장애 5급 판정을 받고 인생의 경로가 바뀌었다. 국내에는 생소한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을 개척한 것. 그는 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에 루지 종목으로 첫 출전한 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와 이번 토리노 대회에 스켈레톤으로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이라는 영광을 안았다.
그의 겁없는 도전은 이번 선수위원 출마로 이어졌다. 81년 구성된 선수위원에는 그동안 아시아 선수가 당선된 적이 한번도 없다. 한국인으로는 쇼트트랙 출신 전이경이 선수위원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선수위원회 분과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강광배는 11일 잠시 짬을 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토리노 시내에 마련한 ‘코리아 하우스’ 개관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너무 힘든 길을 달려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며 “욕심같아선 1등 하고 싶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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