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회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열린 14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오발링고토 빙상장에서 벌어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강석이 코너를 돌아 질주하고 있다.(토리노=연합뉴스)
이강석(21·한국체대)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골인하자 전광판에는 35초09가 찍혔다. 잠시 뒤 그의 이름 옆에는 1·2차 합계 기록 70.43과 동메달을 뜻하는 ‘3’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서 김윤만의 은메달 이후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무려 14년 만에 맞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14일 새벽(한국시각)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가 열린 오발링고토 아이스링크. 이강석이 1차 시기(35초34)와 2차 시기(35초09)를 합쳐 70초43의 기록으로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은 37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2차 시기를 모두 34초대에 주파한 조이 칙(미국·69초76)이 차지했고, 2그룹에서 뛴 드미트리 도로페에프(러시아·70초41)가 이강석에 불과 0.02초 앞선 기록으로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전날 쇼트트랙에서 금·은메달을 따낸 한국은 금 은 동 1개씩으로 종합 순위 6위를 지켰다.
3차례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따낸 값진 동메달이었다. 이강석은 1차 시기에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500m 동메달리스트 킵 카펜터와 맨 마지막 19조에 편성됐다. 출발 총성과 함께 얼음판을 박차고 나선 순간 킵의 부정출발이 선언됐다. 킵이 또 부정출발을 하면 이강석은 혼자 레이스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이강석은 경기가 끝난 뒤 “킵이 부정출발하는 바람에 리듬이 깨져 심적으로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강석은 재출발에서 100m 9초65의 좋은 기록으로 스타트를 끊어 위기를 넘겼다.
두번째 위기는 3코너를 향해 쏜살같이 질주하다 닥쳤다. 인코스와 아웃코스가 만나는 지점에서 킵과 충돌할 뻔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된 것. 부정출발로 위축된 킵이 아웃코스로 뛴 이강석보다도 교차 지점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이강석은 충돌을 면하는 대신 속도를 줄였고 35초34라는 다소 불만족스런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조이 칙(34초82)에 무려 0.52초나 뒤진 3위였다. 하지만 18명의 아웃코스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을 올려 인코스로 뛰는 2차 시기 기대감을 높였다.
이강석은 2차 시기에서도 역시 마지막 19조에 편성돼 1차 시기 1위 조이와 레이스를 펼쳤다. 35초07을 찍으면 최소 은메달, 자신의 최고기록(34초55)에 근접하면 조이를 넘어서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었다. 조이는 지난해 두번 만나 모두 이긴 상대였다. 하지만 김관규 감독은 “부담갖지 말고 조이에게 처지지만 말라”고 주문했다.
이윽고 출발 총성이 울리고 링크에 고정된 5천여 관중들의 눈은 동시에 두 선수를 따라 움직였다. 이강석이 조이를 제치고 100m 기록 9초63을 전광판에 찍자 관중들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나 곧 세번째 위기가 닥쳤다. 3코너까지 앞서가던 이강석이 4코너에 접어들며 눈에 띄게 지쳐갔다. 원래 지구력이 약한 이강석은 경기 뒤 “악으로 버텼다”고 털어놨다. 35초 17. 1차 시기 기록을 0.17초 단축하고 조이(34.94)에 이은 2차 시기 2위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합계에서 도로페에프에 불과 0.02초 뒤져 메달 색깔을 은색으로 바꾸진 못했다. 14년 전 김윤만은 알베르빌에서 0.01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쳤다. 경기 뒤 이강석은 “0.02 차이로 은메달을 놓친 게 아쉽지만 모두 끝난 일이다. 동메달만으로도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이날 이강석과 함께 출전한 최재봉(26·동두천시청)은 71초04로 8위, 이규혁(28·서울시청)은 71초38로 17위, 1차 시기에서 미끄러졌던 권순천(23·성남시청)은 최하위로 밀렸다.
앞서 13일 새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안현수(21·한국체대)와 이호석(20·경희대)이 나란히 금·은메달을 따내며 개막 이틀 만에 한국선수단에 값진 첫 메달을 안겼다. 예선과 준결승을 가볍게 통과한 안현수와 이호석은 아폴로 안톤 오노(24·미국)가 준결승에서 탈락한 가운데 6명이 레이스를 펼친 결승에서 중국의 리자준·리예와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였다. 111.12m의 랩을 13.5바퀴 도는 레이스에서 한국 선수들은 초반 중국 선수들을 앞뒤로 놓고 4번째와 5번째로 링크를 돌았다. 6바퀴를 남기고는 이호석이 선두로 치고나가 중국 선수들을 흔들어 놓은 뒤, 4바퀴를 남겨두고 안현수가 막판 스퍼트했다. 중국 선수들과의 차이는 점점 벌어졌고, 레이스는 안현수와 이호석의 금메달 쟁탈전으로 바뀌었다. 안현수는 2바퀴를 남기고 이호석마저 제치며 1위로 골인했다. 안현수는 두번째 올림픽 출전 만에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고, 이호석은 올림픽 첫 출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자준은 동메달. 안현수와의 결승상대로 예상됐던 오노는 준결승에서 1바퀴를 남겨두고 리예(중국)를 추월하려다가 중심을 잃으며 뒤로 처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오노는 “리예의 엉덩이가 내 왼어깨를 쳤다”며 “오늘 결과가 4년 전 결과를 바꾸지는 못한다. 나는 여전히 최고의 스케이터이고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주장했다. 안현수는 경기 뒤 “오노와 결승에서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4년 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오노와 ‘악연’을 맺었다. 당시 김동성이 1500m 결승에서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금메달을 날린 뒤, 안현수는 1000m 결승에서 ‘복수’에 나섰다. 하지만 리자준과 오노가 미끄러지면서 안현수까지 덩달아 걸고 넘어져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고, 안현수는 결국 이 대회 노메달에 그쳤다. 한편, 한국이 올림픽 4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최은경(22·한국체대) 변천사(19·신목고) 진선유(18·광문고) 강윤미(18·과천고)가 이날 준결승 2조 경기에서 이탈리아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로 결승에 올랐다. 한국과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가 벌이는 결승전은 23일 새벽에 열린다. 여자 500m 예선에서는 진선유와 강윤미가 예선을 가볍게 통과해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북한의 리향미(21)와 윤정숙(20)은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 출전한 노선영(서현고)은 28명 중 19위, 크로스컨트리 여자 15㎞ 추적에 나선 이채원(강원랜드)은 66명 중 57위, 루지 남자 1인승의 김민규(전주대)는 4차 레이스에서 36명 중 29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크로스컨트리 남자 30㎞ 추적에서는 박병주(경기도스키협회) 최임헌(강원랜드) 정의명(평창군청)이 선두에 한바퀴를 추월당해 실격됐고, 김현기는 스키점프 개인 K-90 1차 시기에서 43위에 그쳐 30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20회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열린 14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오발링고토 빙상장에서 벌어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강석이 3위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토리노=연합뉴스)
앞서 13일 새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안현수(21·한국체대)와 이호석(20·경희대)이 나란히 금·은메달을 따내며 개막 이틀 만에 한국선수단에 값진 첫 메달을 안겼다. 예선과 준결승을 가볍게 통과한 안현수와 이호석은 아폴로 안톤 오노(24·미국)가 준결승에서 탈락한 가운데 6명이 레이스를 펼친 결승에서 중국의 리자준·리예와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였다. 111.12m의 랩을 13.5바퀴 도는 레이스에서 한국 선수들은 초반 중국 선수들을 앞뒤로 놓고 4번째와 5번째로 링크를 돌았다. 6바퀴를 남기고는 이호석이 선두로 치고나가 중국 선수들을 흔들어 놓은 뒤, 4바퀴를 남겨두고 안현수가 막판 스퍼트했다. 중국 선수들과의 차이는 점점 벌어졌고, 레이스는 안현수와 이호석의 금메달 쟁탈전으로 바뀌었다. 안현수는 2바퀴를 남기고 이호석마저 제치며 1위로 골인했다. 안현수는 두번째 올림픽 출전 만에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고, 이호석은 올림픽 첫 출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자준은 동메달. 안현수와의 결승상대로 예상됐던 오노는 준결승에서 1바퀴를 남겨두고 리예(중국)를 추월하려다가 중심을 잃으며 뒤로 처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오노는 “리예의 엉덩이가 내 왼어깨를 쳤다”며 “오늘 결과가 4년 전 결과를 바꾸지는 못한다. 나는 여전히 최고의 스케이터이고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주장했다. 안현수는 경기 뒤 “오노와 결승에서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4년 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오노와 ‘악연’을 맺었다. 당시 김동성이 1500m 결승에서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금메달을 날린 뒤, 안현수는 1000m 결승에서 ‘복수’에 나섰다. 하지만 리자준과 오노가 미끄러지면서 안현수까지 덩달아 걸고 넘어져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쳤고, 안현수는 결국 이 대회 노메달에 그쳤다. 한편, 한국이 올림픽 4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여자 3000m 계주에서는 최은경(22·한국체대) 변천사(19·신목고) 진선유(18·광문고) 강윤미(18·과천고)가 이날 준결승 2조 경기에서 이탈리아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로 결승에 올랐다. 한국과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가 벌이는 결승전은 23일 새벽에 열린다. 여자 500m 예선에서는 진선유와 강윤미가 예선을 가볍게 통과해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북한의 리향미(21)와 윤정숙(20)은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 출전한 노선영(서현고)은 28명 중 19위, 크로스컨트리 여자 15㎞ 추적에 나선 이채원(강원랜드)은 66명 중 57위, 루지 남자 1인승의 김민규(전주대)는 4차 레이스에서 36명 중 29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크로스컨트리 남자 30㎞ 추적에서는 박병주(경기도스키협회) 최임헌(강원랜드) 정의명(평창군청)이 선두에 한바퀴를 추월당해 실격됐고, 김현기는 스키점프 개인 K-90 1차 시기에서 43위에 그쳐 30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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