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가 15일(한국시각)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스포츠 안경을 벗고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토리노/AP 연합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아쉬운 5위’
소녀는 애써 울음을 참았다. 하지만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눈시울이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마침내 주르륵 흘렸다. 서울에 도착한 뒤 부모님 품에 꼬옥 안겨 울려고 했는데 눈물샘은 이미 터졌다.
15일 새벽(한국시각)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가 열린 오발링고토 빙상장. 2차 시기에 나선 이상화(17·휘경여고)가 일본의 오카자키 토모미와 스타트 라인에 섰다.
아웃코너의 이상화는 출발 총성과 함께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100m 랩타임 기록은 10초33. 관중석에서 ‘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1·2차 시기를 통틀어 가장 빠른 기록. 자신의 100m 최고기록(10초43)을 무려 0.1초나 앞당긴 것이다. 그 자신도 경기가 끝난 뒤 “랩타임 기록이 잘못된 줄 알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상화는 3~4코너를 돌자 결승선을 향해 젖먹던 힘까지 쥐어짰다. 마침내 오카자카를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광판에는 38.35가 찍혔다. 6위를 차지한 1차 레이스 기록(38.69)을 무려 0.34초나 앞당겼다. 잠시 뒤 합계 77.05와 ‘3’이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그는 “순간 동메달을 딴 줄 알고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한 조가 더 있었다. 마지막 레이스에 나선 러시아의 노장 스베틀라나 추로바(34·76초57)와 중국의 왕만리(76초78)가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상화는 5위로 밀려났다. 동메달을 따낸 중국의 렌후이에 단 0.17초 뒤지는 안타까운 기록. 하지만 올림픽 데뷔전에서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 여자 500m 유선희(5위)에 이어 12년 만에 5위 안에 드는 성적을 올렸다.
1차 시기가 못내 아쉬웠다. 1~2코너에서 미끗하며 0.2~0.3초 정도를 까먹었다. 욕심이 생겨 서둘다가 잠시 리듬을 잃은 탓이다. 아쉬움은 컸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내년 중국 장춘에서 열리는 겨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이날 경기에서 이상화에 이어 최승용(26·춘천시청·79초02)은 18위, 김유림(16·의정부여고·79초25)은 20위, 이보라(20·단국대·79초73)는 25위를 각각 차지했다.
한편, 한국은 이날 현재 메달 종합순위에서 금·은·동 1개씩으로 캐나다와 함께 공동 7위를 달렸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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