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북한의 김영숙(27)이 지난 20일 팔라밸라 빙상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토리노/<일간스포츠> 제공
음악이 부드럽고 감미롭다. 우아하게 빙판을 지친다. 공중으로 힘차게 솟구친다. 허공에서 몸을 3회전 시킨다. 부드럽게 착지한 뒤, 다시 공중에 올라 2회전을 한다. 박수 소리가 더 커진다.
이번에는 3회전하고, 바로 또 3회전이다. 보는 사람도 손에서 땀이 난다. 아쉽다. 두번째 3회전하고 착지를 하다가 왼손을 빙판에 짚고 말았다. 최고난도인 ‘트리플 트리플 콤비네이션’에 실패했지만,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주인공은 북한의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영숙(27). 그는 22일(한국시각)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에서 열린 여자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속살이 살짝 비치는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얼음판 위에 섰다. 그리고 북한 창작곡 <즐겁게 오라>에 맞춰 2분50초 동안 연기를 펼쳤다. 피겨스케이팅 다른 종목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이 군가풍의 곡을 들고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영숙은 공중돌기 3회전을 3차례 시도해 2차례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실수를 했지만 경기 뒤 북한의 김숙화 피겨 지도원(코치)은 김영숙의 어깨를 감싸며 격려했다.
김영숙은 2004년 트리글라브컵 국제피겨대회 여자개인 우승과 아시아피겨선수권 3위를 차지하며 그해 북한의 10대 체육인에 선정됐다.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영숙은 39.16을 기록해 출전선수 29명 중 27위에 그쳤다. 24위까지 나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도 좌절됐다. 그러나 김영숙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인기를 모았다.
북한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선수 6명이 참가했다. 피겨 페어의 정용혁(18) 표영명(17)과 남자싱글의 한종인(28)은 각각 최하위에 머물렀다. 여자 쇼트트랙의 리향미(21)와 윤정숙(20) 역시 500m에서 예선 탈락한 뒤 23일 1000m에 다시 도전한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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