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유(왼쪽)와 변천사가 23일(한국시각)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이 끝난 뒤 우승을 확인하고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토리노/AP 연합
여자 쇼트트래 계주 올림픽 4연패 순간
변천사, 두차례나 선두 추월하며 금메달 견인
양궁 여자단체전 5연패 이은 두번재 대기록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 4명의 선수가 27바퀴를 번갈아 달린다. 한국은 전다혜(23·한국체대)-진선유(18·광문고)-최은경(22·한국체대)-변천사(19·신목고) 차례로 순서를 정했다. 이날 준결승에 참가해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은 강윤미(18·과천고)는 빠져 응원석에 앉았다. 출발선에 선 전다혜가 총성과 함께 얼음판을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몇 걸음 못가 캐나다 선수에게 밀려 얼음판 위에 나뒹굴었다. 다행히 첫 코너링 반바퀴까지는 ‘아펙스 구간’이라서 재출발하는 행운이 따랐다.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재출발에서 전다혜가 중국의 푸티안유에 이어 2위로 경기를 시작했다. 20바퀴를 남기고 진선유가 캐나다 선수에게 추월당하며 3위로 처졌다. 이 위기의 순간에 지난 19일 여자 1500m 결승에서 석연찮은 실격 판정으로 동메달을 놓친 변천사가 ‘천사’처럼 날았다. 16바퀴를 남기고 중국과 캐나다 선수가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외곽으로 빠져 선두로 나선 것이다.
이후 9바퀴 동안 순탄한 레이스를 펼치던 한국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7바퀴를 남기고 진선유가 캐나다 선수와 몸이 부딪히면서 중심을 잃어 중국에 이어 2위로 처졌다. 금메달이 힘겨워 보이던 순간, 변천사가 다시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최은경을 이어받은 변천사는 4바퀴를 남기고 이번에도 바깥쪽으로 치고 나갔다. 이어 폭발적인 스피드로 선두를 탈환했고, 마지막으로 전다혜의 엉덩이를 힘껏 밀었다.
막판에도 위기가 있었다. 마지막 주자 진선유는 1바퀴를 남기고 중국의 왕멍과 다시 부딪히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밀리지 않고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꿋꿋하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23일 새벽(한국시각) 이탈리아 토리노 팔라벨라 빙상장. 한국이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 이 종목 올림픽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한국은 이날까지 금4, 은3, 동1개를 수확해 역대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변천사 등 한국선수들은 경기 뒤에도 한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경기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응원단과 선수들이 초조하게 전광판을 바라보던 순간, 이번에는 더 큰 함성이 파라벨라 빙상장을 흔들었다. 혹시 한국이 실격이라도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전광판 맨 위에는 ‘코리아’가 새겨졌다. 함성은 중국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딴 이탈리아 관중들이 내지른 것이었다. 중국은 3위로 골인했으나, 왕멍이 캐나다 선수를 밀어 이탈리아에게 동메달을 넘겨줬다. 이탈리아 쇼트트랙 사상 올림픽 첫 메달. 은메달은 캐나다에게 돌아갔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4개 올림픽 연속 금메달을 딴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는, 한국 올림픽 역사상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5연패를 달성한 양궁 여자단체전에 이어 두번째 대기록을 남겼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양궁 여자단체전 5연패 이은 두번재 대기록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 4명의 선수가 27바퀴를 번갈아 달린다. 한국은 전다혜(23·한국체대)-진선유(18·광문고)-최은경(22·한국체대)-변천사(19·신목고) 차례로 순서를 정했다. 이날 준결승에 참가해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은 강윤미(18·과천고)는 빠져 응원석에 앉았다. 출발선에 선 전다혜가 총성과 함께 얼음판을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몇 걸음 못가 캐나다 선수에게 밀려 얼음판 위에 나뒹굴었다. 다행히 첫 코너링 반바퀴까지는 ‘아펙스 구간’이라서 재출발하는 행운이 따랐다.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재출발에서 전다혜가 중국의 푸티안유에 이어 2위로 경기를 시작했다. 20바퀴를 남기고 진선유가 캐나다 선수에게 추월당하며 3위로 처졌다. 이 위기의 순간에 지난 19일 여자 1500m 결승에서 석연찮은 실격 판정으로 동메달을 놓친 변천사가 ‘천사’처럼 날았다. 16바퀴를 남기고 중국과 캐나다 선수가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외곽으로 빠져 선두로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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