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한 함기용 대한육상연맹 고문. 연합뉴스
“우리는 울었다. 감격의 눈물인 것이다. 함기용군의 우승이 전하여진 것이다.”(1950.4.21 동아일보 사설)
1950년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함기용 대한육상연맹 고문이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
함기용 고문은 정부 수립 이후 국제 메이저대회 마라톤에서 첫 우승을 일구면서 국민의 영웅이 됐다. 당시 언론은 그의 우승 소식을 크게 알렸고,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강인한 정신력의 승리” “김치를 먹는 민족의 위대성” 등으로 표현했다.
실제 함기용 고문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정상에 오른 서윤복 선생의 뒤를 이은 한국 마라톤의 간판이었다.
함기용 고문이 1950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1950년 4월19일(현지시각)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32분39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했고, 뒤를 이어 송길윤과 최윤칠이 2~3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 선수들의 쾌거를 앞에서 이끌었다. 한국전쟁 이전의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국민에게 큰 자부심과 희망을 안겼다.
함 고문은 이런 까닭에 “손기정 선생님은 광복 전, 서윤복 선배는 미군정 시절에 우승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메이저대회 마라톤에서 우승한 건 내가 처음”이라고 말하곤 했다.
함 고문은 이후 1952년 헬싱키올림픽 마라톤 출전을 준비했지만, 부상 탓에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곧바로 은퇴를 결심했다.
이후 은행원, 공무원 등 육상 이외의 영역에서도 활동력을 보여주었고, 1989년 대한육상연맹 전무이사로 육상 행정가로 실무에 관여했다. 이후에도 연맹 고문으로 한국 육상 발전에 기여했다.
2019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개회식 최종 점화자 중 한 명으로 선정돼 대회 시작을 알리는 불을 밝히기도 했다. 빈소는 분당차병원장례식장 3호실이며 발인은 12일 오전 7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