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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챔프 자리는 놓쳤지만, 신한은행의 투혼은 놀라웠다.
신한은행 선수들은 전날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체력이 바닥나 3쿼터부터는 엉금엉금 기어다녔다. 이영주 감독은 “선수들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반면, 우리은행 선수들은 체력이 남아돌았다. 지난해 여름리그에서 신한은행에 어이없이 3연패를 당한 뒤 입에 단내가 나도록 체력훈련을 한 결과였다. 농구 관계자들도 4차전 승부는 뻔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4차전은 이런 예상을 비껴갔다. 코트에 들어선 신한은행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튄공잡기에 온 선수가 매달렸고, 흘린 공을 낚아채려고 몸을 던졌다. ‘엄마 선수’ 전주원과 타지 맥윌리엄스는 연장전까지 43분과 45분을 뛰며 조카뻘인 후배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은 뚝뚝 떨어졌다. 2쿼터 한때 16점차까지 앞섰지만 우리은행의 반격은 매서웠다. 시간은 너무 느리게 흘렀다. 하지만 신한은행 선수들은 명승부의 주연이었다. 4쿼터 종료 12초전 한채진의 극적인 동점 3점슛으로 연장승부까지 펼친 선수들은 거의 탈진 지경에 이르렀다. 관중들은 종료 총성이 울린 뒤 쓸쓸이 코트를 떠나는 신한은행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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