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프로농구 전자랜드 이호근 감독대행 “복장이 불량해 죄송합니다.”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이호근(41) 감독대행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깊은 두 눈에 담겨 있는 어둠과 처진 어깨선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시원 섭섭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2005~2006 시즌 성적 8승46패. 프로농구가 10시즌을 하는 동안 최다패 신기록 불명예다. 2시즌 연속 꼴찌. 마치 프로야구 초창기의 삼미 슈퍼스타즈를 연상하게 하는 인천 전자랜드를 이끌어온 이 감독대행을 28일 만나 ‘고난의 행군’에 얽힌 얘기를 들어봤다. 46 최다패 ‘코트의 삼미 슈퍼스타즈’ 불명예
“꼴찌 벗으려 총력→부상→연패…실패서 배워” 코치였던 그가 국내 프로농구 최초의 외국인 감독 제이 험프리스로부터 3승17패의 팀을 인수받은 것은 지난해 12월16일. 자본금도 경영계획도 없이 갑작스레 부실기업을 떠안은 꼴이었다. 그가 팀을 맡은 이후만 따지면 5승29패. 인수 전과 거의 비슷한 승률이다. 하지만 그의 감독대행 생활은 머리카락이 한 주먹씩 빠져나가고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는 “20년 농구생활에서 최대의 위기였다”고 말했다. “왜 성적이 그렇게 나빴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도자라고 하면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코치를 하다가 갑자기 그런 상황을 맞으니까 당황이 됐다”고 먼저 자신의 준비부족부터 자책했다. 경기 중 순간적으로 집중하거나, 타이밍을 잡고 맥을 집는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또 초반에 외국인 감독과 선수들의 언어소통 문제, 외국인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 국내 선수들의 줄부상도 성적부진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연패에 빠지다 보니까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다”면서 “패배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 어떤 때는 세게도 어떤 때는 약하게 연습도 해봤지만 한번 빠진 수렁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10연패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그 때는 어떻게 하든지 연패를 끊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패에 빠지면서 자신감을 잃고, 어떻게 해서든지 꼭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리한 선수기용을 하며 전력투구를 하다보니까 부상 선수가 줄줄이 생기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급기야 시즌 막판에는 국내 주전 3명을 포함해 6명이 벤치신세를 지는 상황까지 왔다”며 “이제 와서 돌아보니 1승에 급급하기보다 선수를 골고루 기용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연패 중에 선수들에게 “너희 자신을 위해서, 또 관중을 위해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수없이 강조했다”면서 “역시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을 때는 지더라도 관중이 많은 박수를 보내주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전자랜드의 다음 시즌 성적은 지금보다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반부터 무너지던 경기 패턴이 5~6라운드로 갈수록 많이 개선됐고, 부상선수들이 다음 시즌 전에 모두 합류하면 전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준비부족을 한탄한 그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다를 것입니다”라는 말인 듯했다. 오태규 선임기자 ohtak@hani.co.kr
사진 박종식기자 anaki@hani.co.kr
프로농구 전자랜드 이호근 감독대행 “복장이 불량해 죄송합니다.” 점퍼 차림으로 나타난 이호근(41) 감독대행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깊은 두 눈에 담겨 있는 어둠과 처진 어깨선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시원 섭섭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2005~2006 시즌 성적 8승46패. 프로농구가 10시즌을 하는 동안 최다패 신기록 불명예다. 2시즌 연속 꼴찌. 마치 프로야구 초창기의 삼미 슈퍼스타즈를 연상하게 하는 인천 전자랜드를 이끌어온 이 감독대행을 28일 만나 ‘고난의 행군’에 얽힌 얘기를 들어봤다. 46 최다패 ‘코트의 삼미 슈퍼스타즈’ 불명예
“꼴찌 벗으려 총력→부상→연패…실패서 배워” 코치였던 그가 국내 프로농구 최초의 외국인 감독 제이 험프리스로부터 3승17패의 팀을 인수받은 것은 지난해 12월16일. 자본금도 경영계획도 없이 갑작스레 부실기업을 떠안은 꼴이었다. 그가 팀을 맡은 이후만 따지면 5승29패. 인수 전과 거의 비슷한 승률이다. 하지만 그의 감독대행 생활은 머리카락이 한 주먹씩 빠져나가고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는 “20년 농구생활에서 최대의 위기였다”고 말했다. “왜 성적이 그렇게 나빴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도자라고 하면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코치를 하다가 갑자기 그런 상황을 맞으니까 당황이 됐다”고 먼저 자신의 준비부족부터 자책했다. 경기 중 순간적으로 집중하거나, 타이밍을 잡고 맥을 집는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또 초반에 외국인 감독과 선수들의 언어소통 문제, 외국인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 국내 선수들의 줄부상도 성적부진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연패에 빠지다 보니까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다”면서 “패배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 어떤 때는 세게도 어떤 때는 약하게 연습도 해봤지만 한번 빠진 수렁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10연패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그 때는 어떻게 하든지 연패를 끊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패에 빠지면서 자신감을 잃고, 어떻게 해서든지 꼭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리한 선수기용을 하며 전력투구를 하다보니까 부상 선수가 줄줄이 생기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급기야 시즌 막판에는 국내 주전 3명을 포함해 6명이 벤치신세를 지는 상황까지 왔다”며 “이제 와서 돌아보니 1승에 급급하기보다 선수를 골고루 기용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연패 중에 선수들에게 “너희 자신을 위해서, 또 관중을 위해서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수없이 강조했다”면서 “역시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을 때는 지더라도 관중이 많은 박수를 보내주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전자랜드의 다음 시즌 성적은 지금보다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반부터 무너지던 경기 패턴이 5~6라운드로 갈수록 많이 개선됐고, 부상선수들이 다음 시즌 전에 모두 합류하면 전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준비부족을 한탄한 그가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다를 것입니다”라는 말인 듯했다. 오태규 선임기자 ohtak@hani.co.kr
사진 박종식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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