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타자 이승엽이 31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일본프로야구 개막전에서 5회말 통렬한 1점홈런을 치고 홈인한 뒤 키시카와 타격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
이승엽, 개막전서 125m짜리 홈런 등 맹타
‘승짱’ 연호…일본 프로야구 진출사 새로 써
‘승짱’ 연호…일본 프로야구 진출사 새로 써
외야석에 한글 피켓이 보였다. ‘여기까지 날려라 이승엽’.
‘승짱’은 이 문구를 본 것일까?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큼지막한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한국인의 일본프로야구 진출사를 새로 썼다.
이승엽은 3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센트럴리그 개막경기에서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3볼넷 3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요미우리 4번 타자’는 역시 달랐다. 방망이로 바람을 가르며 5회말 왼쪽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상대 바뀐 투수 가토 다케하루를 노려봤다. 사이드암 가토는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이승엽의 상대가 되기에는 작아 보였다. 3회 2번째 타석에서 파울홈런을 날린 이승엽은 가토와 맞서 4구까지 헛스윙과 파울로 방망이 중심에 초점을 맞췄다. 드디어 5구째. 131㎞짜리 바깥쪽 낮은 포크볼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반사적으로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직선타구로 쭉쭉 뻗어가던 타구는 오른쪽 담장 뒤로 아득히 숨어버렸다. 우익수도 쫓아가길 포기하고 물끄러미 바라본 12짜리 대형 홈런. 이승엽이 다이아몬드를 천천히 도는 동안 도쿄돔 구장을 가득 메운 4만여 팬들은 ‘이승엽’을 연호했다.
요미우리 역사상 70번째, 외국인 선수로는 1981년 로이 화이트, 1987년 워렌 크로마티에 이어 19년 만에 4번 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이날 개막전 홈런포로 요미우리 ‘4번 타자’ 역사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나가시마 시게오(25번째)→왕정치(28번째)→장훈(39번째)→하라 다쓰노리(48번째)→마쓰이 히데키(62번째)로 이어지는 요미우리 4번 타자는 일본 프로야구의 역사나 다름없다.
이승엽의 활약은 1회부터 감지됐다. 시미즈의 볼넷과 고사카의 중전안타로 1사 2·3루 기회에서 상대 선발 미우라 다이스케와 마주했다. 미우라는 지난해 12승9패, 평균자책 2.52(1위) 탈삼진 177개(1위)를 기록한 요코하마의 에이스. 하지만 이승엽은 2루수 옆을 꿰뚫는 2타점 중전안타로 미우라를 흔들어놨다. 팀의 올 시즌 첫 타점. 이승엽은 3회 2번째와 7회 4번째, 8회 5번째 타석 때는 볼넷을 골라 좋은 선구안도 과시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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