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상대팀 오리온스·KCC 만나며 희비 엇갈려
‘우승팀은 초조하고, 준우승팀은 느긋하고….’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와 2위를 차지해 4강에 직행한 울산 모비스와 서울 삼성의 표정이 7일부터 시작되는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앞두고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모비스는 우승 샴페인을 마시다가 놀란 꼴이다. 화려한 정규리그 우승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지만, 4강 상대 전주 케이씨씨(KCC)가 달갑지만은 않다. 케이씨씨는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출장 1~3위 기록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조성원(66경기) 이상민 추승균(이상 58경기) 트리오가 버티고 있는데다, 정규리그에서도 2승4패로 열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장들이 많은 케이씨씨는 부산 케이티에프(KTF)와의 6강 플레이오프를 2전 전승으로 가볍게 통과해 4일간이나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이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에 넘쳐 있어 안방 2연승을 노리고 있다”면서도 “다만, 노장들이 많은 케이씨씨가 일찌감치 4강에 올라 충분한 휴식을 취한 것이 걸린다”고 말했다. 반면, 감독 첫해 4강에 오른 허재 케이씨씨 독은 여유가 넘친다. 그는 “5차전까지 갈 것 같지만 체력보다는 정신력으로 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규리그 준우승팀 삼성은 4강 플레이오프 상대가 대구 오리온스로 결정되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삼성은 정규리그에서 4승2패로 오리온스에 앞섰고, 원주 동부에는 1승5패로 철저히 눌렸다. 그런데 오리온스가 동부를 꺾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리온스는 동부와 최종 3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러 체력이 바닥났지만 고작 이틀밖에 쉬지 못한다. 반면 삼성은 지난달 26일 정규리그가 끝난 뒤 무려 12일을 쉬고 경기에 나선다.
김승현(뒷꿈치건염) 김병철 오용준(이상 발목) 등 오리온스 주전들의 크고 작은 부상도 삼성으로선 호재다. 안준호 삼성 감독은 “긴 휴식은 4강 직행의 프리미엄”이라며 “자만하지 않는다면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 오리온스 감독은 “삼성은 ‘높이’가 있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경계하면서 “최근 부진한 아이라 클라크가 얼마나 살아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모비스-케이씨씨 경기는 7일 열린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