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와 전주 케이씨씨(KCC)는 97~98, 98~99 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었다. 당시 두 팀의 이름은 부산 기아와 대전 현대였고, 명승부 끝에 ‘이성균 트리오’(이상민-조성원-추승균)를 앞세운 현대가 2번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팀 기아의 슈퍼스타 허재는 쓰라린 패배를 맛봐야 했다.
7년의 세월이 흘러 허재는 상대팀 케이씨씨의 사령탑으로 변신해 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친정 모비스와 맞대결을 벌였다. 2005~2006 케이씨씨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 그러나 이번에는 정규리그 우승팀 모비스가 양동근의 막판 신들린듯한 활약으로 케이씨씨를 78-74로 물리쳤다. 양동근은 고교 16년 선배 허 감독의 가슴을 울렸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첫 경기 승리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은 77.8%. 더욱이 정규리그 1위팀이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모비스의 해결사는 단연 ‘바람의 파이터’ 양동근이었다. 프로 2년차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양동근의 패기 앞에 주전 평균나이 33.6살의 케이씨씨는 힘겨워했다. 양동근(18점·6도움)은 4쿼터 막판 혼자서 8점을 몰아넣으며 케이씨씨의 추격을 뿌리쳤다.
모비스는 케이씨씨 ‘이성균 트리오’가 2쿼터 3분7초까지 무득점에 그치는 사이 10점차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케이씨씨는 이날 아내가 첫 아들을 낳은 추승균의 슛이 2쿼터 중반부터 폭발하며 전반을 36-36 동점으로 마쳤다.
모비스는 3쿼터부터 몸이 풀린 크리스 윌리엄스(24점·6도움)의 연속 득점으로 4쿼터 초반 63-52, 11점차까지 다시 점수를 벌렸지만 노련한 케이씨씨의 맹추격에 종료 4분49초 전 66-66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케이씨씨는 종료 4분5초를 남기고 아써 롱이 5반칙 퇴장당한데다 상대 양동근의 대활약에 고개를 떨궜다. 2차전은 9일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울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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