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전신이 기아…두 감독도 양팀 출신
‘추억의 대결’이다. 마치 10여년 전 농구대잔치를 보는 듯하다. 울산 모비스와 서울 삼성이 벌이는 2005~2006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이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옛 기아와 삼성의 대결= 1983년 출범한 농구대잔치는 엄청난 열기로 ‘구름 관중’을 몰고다녔다. 당시 ‘3강’은 현대와 삼성, 그리고 기아. 87년까지는 현대와 삼성이 각각 3차례, 2차례씩 우승을 주고받았으나, 88년부터는 7차례나 정상에 오른 기아의 독무대였다.
기아의 후신은 울산 모비스. 현대의 후신인 전주 케이씨씨(KCC)를 꺾고 챔피언전에 오른 모비스는 기아가 국제구제금융(IMF) 사태 때 현대 계열인 지금의 회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따라서 모비스는 사실상 옛 기아와 현대의 연합군 성격도 띠고 있다.
기아·삼성 출신의 두 감독= 모비스와 삼성의 사령탑은 공교롭게도 옛 기아와 삼성 출신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86년 기아 창단멤버로 들어가 한기범 김유택 허재 등과 함께 88년 농구대잔치 우승을 이끌면서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79년 삼성(당시 삼성물산)에 들어가 진효준 박인규 김진 등과 함께 84년 농구대잔치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당시 삼성은 박수교 신선우 이문규 이충희 등의 현대와 명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안 감독이 86년 은퇴하고, 그해 유 감독이 기아에 입단해 농구대잔치에서 둘 간의 맞대결을 벌이진 못했다.
달라진 팀 컬러=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모비스와 삼성의 팀 컬러는 정반대가 됐다. 모비스의 전신인 기아는 한기범·김유택이 버틴 ‘높이’의 팀. 그러나 지금은 서장훈-올루미데 오예데지-네이트 존슨으로 이뤄진 삼성의 골밑이 최강이다. 반면, 아마시절 삼성은 박인규 김현준 김진 등 가드진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양동근-김동우-이병석의 모비스 슈터들이 삼성보다 낫다.
프로농구 10시즌 동안 모비스(당시 기아)는 1997년 프로 원년에, 삼성은 2000~2001 시즌 때 딱 한번씩 정상을 맛봤다. 과연 어느 팀이 해묵은 우승 갈증을 풀 수 있을지, 1차전은 오는 19일 오후 6시(SBS 생중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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