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차지하려는 두 선수 사이에는 한치의 틈도 없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삼성의 서장훈(오른쪽)이 모비스 김동우와 처절하게 공을 다투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삼성의 골밑과 모비스 외곽의 대결. 그러나 삼성에는 ‘강혁의 외곽포’가 하나 더 있었다.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5~200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서울 삼성이 강혁의 신들린 듯한 외곽포(25점·3점슛 3개)로 연장 접전 끝에 울산 모비스를 107-98로 꺾었다. 삼성은 원정경기 2연승으로 챔피언 등극의 7부 능선을 넘었다. 역대 9번의 챔피언결정전 가운데 원정 2연승한 뒤 챔피언을 내준 것은 1997~98 시즌 기아(모비스의 전신)가 유일하다.
두 팀의 색깔은 뚜렷했다. 모비스는 3점슛을 무려 17개(삼성 9개)나 쏟아부었고, 삼성은 튄공잡기에서 39-27로 절대 우세했다. 두 팀은 삼성 강혁과 모비스 이병석(29점·3점슛 8개)의 ‘화력’ 대결로 4쿼터까지 접전을 이어갔다.
승부는 엉뚱한 곳에서 갈렸다. 경기 종료 30.8초를 남겨둔 87-87 동점에서 모비스의 ‘핵’ 윌리엄스가 서장훈을 막다가 5반칙 퇴장당했다. 남은 1번씩의 공격 기회에서 정규리그 공동 최우수선수 삼성 서장훈과 모비스 양동근이 서로 2점씩을 교환했다. 특히 양동근은 종료 공이 울리는 순간 득점하는 버저비터(89-89 동점)로 연장으로 몰고갔다..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친 윌리엄스(26점 10튄공 9도움)가 없는 승부는 이미 삼성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삼성은 올루미데 오예데지-서장훈-네이트 존슨이 골밑에 ‘인간 성벽’을 쌓았다. 모비스의 제이슨 클락 혼자서 성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사이 삼성은 무득점에 그쳤던 이정석이 3점슛 2방을 쏘아올려 승부를 갈랐다.
모비스는 이날 3점슛 17개로 플레이오프 사상 팀 최다기록(종전 16개·97년 나산)을 세웠지만, 빛이 바랬다. 또 올 시즌 삼성과의 경기에서 나온 ‘3점슛 두자릿수=승리’ 공식도 깨졌다. 3점슛 8개를 터뜨린 모비스 이병석도 챔피언결정전 사상 최다 3점슛 타이기록(97년 나래 정인교)을 세웠지만, 수비에서 강혁을 놓쳐 실속이 없었다. 삼성 오예데지는 덩크슛 7개로 플레이오프 사상 최다 덩크슛(종전 5개·자밀 왓킨스 등) 기록을 갈아치웠다.
3차전은 23일 오후 2시(SBS 생중계) 삼성의 안방인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울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