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기념으로 골망을 자르는 강혁.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그는 만년 2인자의 설움을 날려버리며 삼성의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다. 연합뉴스
‘식스맨’에서 우승 수훈갑으로
“최우수선수상은 (이)규섭이가 받을 줄 알았어요. 그동안 힘들었던 생각을 하면 목이 메입니다.”
기자단 투표 70표 중 40표를 휩쓸어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강혁(30·서울 삼성). 그는 강동희-허재-조성원-서장훈-이상민-서장훈 등 쟁쟁한 선·후배들에 이어 국내선수로는 역대 7번째로 프로농구 최고자리에 앉은 것이 실감나지 않는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삼일상고 졸업 때 ‘그저 그런’ 선수였던 강혁은 경희대에서 최부영 감독의 혹독한 조련을 받으며 거듭 태어났다. 대학 4학년 때는 마침내 문화방송(MBC)배 대학농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그는 “평범했던 나를 이렇게 키워준 최부영 감독님께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듬해 프로에 입단한 뒤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식스맨’을 전전했지만, 삼성이 2000~2001 시즌을 우승할 때 한몫했고, 수비 5걸 3차례, 식스맨상 2차례, 모범선수 1차례에 뽑히는 등 성실한 선수의 표본처럼 여겨졌다. 이번 시즌 주전 슈팅가드 자리를 꿰찼지만 시즌 막판 발목과 무릎부상으로 8경기를 쉬어야 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부상이 채 낫지 않아 “딱 일주일만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그는 챔피언 결정전 2차전과 3차전에서 24점과 25점을 쏟아부으며 팀이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인 그는 “나같은 선수가 어디 불러주는 팀이 있겠느냐. 나는 삼성이 좋다”며 겸손해했다.
경기가 끝난 뒤 경희대 선배인 안준호 감독과 뜨겁게 포옹한 강혁은 “눈물 많이 흘리신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같아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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