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사상 첫 대표팀 여성코칭스태프인 정미라 감독(뒷줄 왼쪽 끝)과 박찬숙 코치(뒷줄 오른쪽 끝)가 존스컵대회가 열리는 대만으로 출국하기 직전인 지난 13일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대만 존스컵 25년만에 함께 참가
81년 일군 ‘우승영광’ 재현할 것
81년 일군 ‘우승영광’ 재현할 것
[이사람] 여자농구팀 첫 여성 감독·코치 정미라·박찬숙씨
‘여인천하.’
대만 존스컵 국제농구대회에 출전중인 한국 여자대표팀은 정미라(50) 감독과 박찬숙(47) 코치 등 모두 여성들로 이뤄졌다. 한국 여자농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다른 종목에서도 전례가 드물다.
정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코치를 지낸 뒤 〈문화방송〉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다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박 코치는 지난해 동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후배들을 지도하게 됐다.
정 감독과 박 코치는 3년 터울로, 숭의여중, 숭의여고, 대표팀까지 10년 넘게 한솥밥을 먹으며 여자농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이들이 활약했던 1970년 말에서 80년대 초에는 여자실업팀이 13개에 이를 정도로 여자농구가 큰 인기를 누렸고, 국제대회 성적도 좋았다. 81년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는 중국을 30여점 차로 대파할 정도로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고, 7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준우승,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는 한국 구기종목 사상 첫 은메달의 값진 성과를 거뒀다. 정 감독은 “79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1만석이 넘는 잠실실내체육관이 꽉 찰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감독과 박 코치가 함께 존스컵 대회에 참가하기는 무려 25년 만이다. 둘은 81년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존스컵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박 코치는 “당시 존스컵은 가장 큰 국제대회였다”며 “대만 쪽은 지금도 ‘한국이 참가해야 대회가 빛난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존스컵 대표선수들은 프로농구 6개 구단에서 1~4년차 유망주 2명씩을 선발해 구성됐다. 지난 5일 소집돼 16일 대만으로 출국하기까지 열흘 가량 손발을 맞췄다. 하지만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플레이오프와 겹쳐 선수 차출에 어려움이 많았다. 12명이 모두 모인 것은 지난 12일 반나절이 전부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엄마뻘 되는 정 감독과 박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팀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다. 주장 정혜진(25·신세계) 선수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꼼꼼하게 잘 가르쳐 주신다”고 말했고, 센터 박연주(21·삼성생명)는 “센터로서 명성을 날렸던 박찬숙 선생님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선수들은 또 “남성 지도자에게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어 좋다”고도 했다.
정 감독은 “한국 특유의 빠른 농구와 외곽포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호주, 뉴질랜드, 일본, 이탈리아 등 6개국이 참가해 17일부터 열전에 돌입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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