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선수 김민수·유학파 김진수 WBC 맹활약
프로농구 혼혈 영입…해외파·재미동포 복귀도
프로농구 혼혈 영입…해외파·재미동포 복귀도
지난해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23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한국은 개최국 카타르에게 8강리그와 3-4위전에서 내리 쓴잔을 마시며 세계선수권 티켓 획들에 실패했다. 1960년 필리핀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서 일본에 져 4위를 기록한 이후 45년만의 최악의 성적이다. 농구계에서는 이 사건을 ‘도하의 충격’이라고 부른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 한국은 미국(세계 1위), 리투아니아(4위), 이탈리아(6위), 터키(18위) 등 세계 강호들에게 예상대로 4전 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리투아니아에 2점차, 터키에 3점차로 접근하는 등 “졌지만 잘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부영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발굴한게 큰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귀화한 김민수(24·경희대)와 미국에서 농구 유학중인 김진수(17·미국 사우스켄트고) 등을 두고 한 말이다.
한국 농구가 ‘순혈주의’ 파괴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프코리언(혼혈선수)과 해외파가 코트를 누비는게 예사로워졌다. 이미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가 대표팀에 뽑혀 월드바스켓볼챌린지대회에서 프로선수 뺨치는 유연성과 득점력을 과시했다. 미국계 혼혈선수 에릭 산드린(28·2m8)과 다니엘 산드린(25·2m) 형제는 올 프로농구 드래프트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에릭은 1순위 지명이 확실할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고, 다니엘은 이동준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했다. 여자프로농구 구리 금호생명은 국내 최초로 어머니가 한국인인 흑인 혼혈 마리아 브라운(23·175㎝)을 영입했다.
농구 본고장 미국물을 먹은 해외파나 재외동포의 복귀도 농구판의 새로운 변화다. 지난해 프로농구 드래프트 1~3순위는 해외파 방성윤(24·에스케이)과 재미동포인 김효범(23·모비스) 한상웅(21·에스케이)으로 채워졌다. 각 팀들이 혼혈선수나 재외동포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모습도 보인다.
순혈주의 파괴는 한국 뿐이 아니다. 일본 역시 오는 19일 자국에서 막을 올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혼혈 선수 3명을 포함시켜 전력 상승을 이뤘다. 한국과 다른 경우지만, 카타르는 오일달러로 미국서 농구유학중이던 아프리카 선수 4명을 무차별적으로 귀화시켜 한국을 제치고 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을 따내기도 했다.
혼혈선수와 동포, 해외파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에 대한 농구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천수길 대한농구협회 공보이사는 “이제 한국농구도 국내를 벗어난 선수 영입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창진 전 남자대표팀 감독은 “어떤 선수를 뽑느냐보다 대표선수들이 의욕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관심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미국에서 농구 유학중인 고교생 국가대표 김진수(오른쪽)가 12일 월드바스켓볼챌린지 리투아니아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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