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감독(아래줄 가운데)이 상명대 선수단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부상 탓 지도자로 나서
상명대 선수들과 합숙하며 온종일 훈련
“올 가을·겨울대회서 이변 기대하세요”
상명대 선수들과 합숙하며 온종일 훈련
“올 가을·겨울대회서 이변 기대하세요”
[이사람] 대학 핸드볼팀 첫 여성감독 김지은씨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 체육관. 여자 핸드볼 선수들 틈에서 훤칠한 키(1m80)의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 핸드볼팀 여성 감독 김지은씨. 1977년생, 아직 서른이 안됐다.
김 감독은 3월1일 모교 감독에 부임했다. 전임 감독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윤종완 예체능대 학장에 의해 발탁됐다. 핸드볼 실업팀·고교팀 통틀어 첫 여성 감독이다.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영광이죠.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그는 설레는 맘으로 선수들을 만났다. 후배들이라 애착이 컸다. 어떤 선수는 김 감독을 ‘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꿈을 안고 후배들을 만났지만, 현실은 ‘부상 병동’이었다. 13명 중 6명이 수술 후 재활중이거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당장 대회가 코앞이었다.
국내 여자대학팀은 모두 세팀. 상명대 외에 국가대표가 2명 있는 최강 한국체대와 신생팀 광주 남부대가 있다. 4월 종별선수권대회에 나갔다. 쉽게 이길 것 같던 남부대에 2골 차로 간신히 이긴 반면, 한국체대에는 11골 차로 완패했다. 쑥스러운 준우승이었다.
김 감독은 대회가 끝나자 짐 보따리를 싸 합숙소로 들어갔다. 선수들과 24시간 함께 생활하며 절치부심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땀을 흘렸다.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 6월 봄철대학대회가 열렸다. 상명대는 남부대를 10골 차로 여유있게 이겼다. 그리고 한국체대 차례. 3골 차 아쉬운 패배였지만 그는 가능성을 엿봤다. 여전히 준우승이었지만 내용상으로는 크게 향상된 것이다.
상명대는 여자 대학팀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핸드볼 명문. 1977년 클럽팀으로 시작해 1988년부터 체육특기자를 뽑았다. 박정림 김현옥 송지연 조순자 명복희 등 국가대표도 많이 배출했다. 동문들 열정도 대단하다. 전난숙(81학번) 박정림(89학번)씨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하고 있다. 상명대는 체육특기자도 일반 학생과 똑같이 수업을 받는다. 훈련시간 조절에 어려움이 많지만, 새벽과 야간 훈련으로 보충한다.
김 감독은 인천 구월초등 4년 때 핸드볼과 인연을 맺었다. 키가 크다는 이유로 학교 핸드볼팀에 발탁된 것이다. 중고교는 핸드볼 명문 ‘정신’을 다녔다. 고교 시절부터 주공격수인 레프트백을 맡아 주니어 대표로 활약했고, 상명대(당시 상명여대) 재학중에는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런데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실업팀 제일생명 입단 1년 만에 정든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핸드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스물넷 나이에 경주 월성초등학교 창단팀 감독을 맡아 타향살이를 했다. 경주여중과 경주여고 코치도 맡았다. 경주생활 도합 3년. 2003년 서울 휘경여중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다가 뜻밖에 상명대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김 감독은 “9월 가을철대학연맹전에서 한국체대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올겨울 핸드볼큰잔치 때는 이변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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