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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다윗 외인구단’의 작은 기적

등록 2006-10-04 17:55

창단 첫해 28승을 올리며 작은 기적을 이뤄낸 경찰청 야구단 선수들이 올 시즌을 마무리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임기정 코치.
창단 첫해 28승을 올리며 작은 기적을 이뤄낸 경찰청 야구단 선수들이 올 시즌을 마무리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가운데는 임기정 코치.
프로방출 ·무명 경찰청야구단
2군 리그 후반 5할등률 돌풍
“10승 정도 할까?”

지난해 12월 1일 경찰청 야구단이 창단됐을 때 많은 이들은 시큰둥했다. 선수는 고작 25명. 부상 선수를 빼면 40~50명에 이르는 기존 구단의 딱 절반이다. 프로야구 2군 76경기를 치르기엔 터무니 없다. 그나마 야구팬들에게 알려진 선수는 삼성과 엘지에서 뛰던 투수 라형진과 3루수 김태완 정도. 나머지는 프로 구단에서 방출됐거나 대학을 갓 졸업한 무명 선수들이었다. 코칭스태프는 김용철 감독과 정현발·임기정 코치 등 단 3명. 투수 코치는 주장 라형진이 겸했다.

기량도 미지수였다. 지원자 100여명 중 25명을 단 하루만에 추렸다. 훈련 기간도 짧았다. 7주간의 군사훈련과 교육을 마치고 3월 중순에야 야구장에 모였다. 시즌 개막은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남해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하지만 하늘도 도와주지 않았다. 비와 바람 때문에 한숨만 내쉬다 왔다.

문제는 계속됐다. 경찰청 야구장은 그라운드가 좋지 않고, 야구장 규격에도 맞지 않았다. 내야는 선수들 말처럼 “씨름해도 될 정도”로 모래밭이다. 결국 홈경기가 사라져 버렸다. 76경기 모두를 원정경기로 치러야 했다. 이동거리가 길어 버스 안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로 식사를 떼우길 다반사였다. 임기정 코치는 “1군 롯데의 이동거리와 맘 먹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개막전은 군 라이벌 상무와의 경기. 그런데 선수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초반 스코어는 8-0. 기적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투수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8-10으로 역전패했다. 상무는 승률 8할이 넘는 올 시즌 2군 리그 챔피언이다. 그런데 상무는 라이벌팀이라고 경찰청만 만나면 에이스를 총동원했다.

전반기 41경기에서 경찰청이 거둔 승수는 고작 10승.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선수들이 갈수록 힘을 냈다. 선발 심세준이 차곡차곡 승리를 쌓았고, 에이스 라형진이 마무리를 맡으며 문단속을 잘했다. 타석에선 최형우 곽용섭 김태완 등이 펄펄 날았다. 후기리그 35경기에서 무려 18승을 올렸다. 승률 5할이 넘었다. 북부리그 여섯 팀 가운데 두산과 4위 다툼을 벌일 정도였다. 최종 성적은 28승4무44패로 5위. 꼴찌는 맡아 놓았고, 10승도 거두기 어렵다던 애초 예상을 보기좋게 날려버렸다. ‘공포의 외인부대’가 만든 작은 기적이었다.

경찰청 야구단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주장 라형진은 “선수들이 신나서 야구를 한다”고 했다. 프로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자주 나서며 흥이 난 것이다.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대한 선수들의 흡수도 빨랐다. 임기정 코치는 “하루가 다르게 선수들의 기량이 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 신뢰도 한몫했다. 김용철 감독은 선발 투수가 대량실점을 해도 꼭 5회를 채워줬다. 선수가 부족해 2루수가 1루를 보고, 내야수가 외야에 나가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선발투수 등판 간격만큼은 철저히 지켜줬다.


김 감독은 “올해는 아쉽게 진 경기가 많았다”며 “겨울훈련을 착실히 준비해 내년에는 3위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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