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오른 자는 행복하다. 손혜경이 5일(한국시각) 열린 사격 여자 더블트랩 시상대에서 2개의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좌우 시력 0.7과 0.5. 사격선수의 눈 같지 않다. 그런 손혜경(30·국민은행)이 아시아 여자트랩 정상에 우뚝 솟았다. 한국 사격에 첫 금맥 총성도 알렸다.
한국 여자 클레이 사격의 간판 손혜경이 5일(한국시각) 카타르 루사일 사격장에서 열린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여자 더블트랩 본선에서 3라운드 합계 105점을 쏘아 타이의 스리송크람 자네지라(103점)를 2점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땄다. 손혜경은 이보나(우리은행) 김미진(울산체육회)과 함께 출전한 더블트랩 단체전에서도 합계 303점으로 중국(288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2002년 부산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아시아대회 2관왕.
그동안 금메달이 없어 속이 탔던 사격 코칭 스태프들도 모처럼 표정이 밝아지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손혜경은 의지와 집념의 여전사. 사냥을 즐기는 아버지를 따라 혜화여고 2학년 때 처음 총을 잡은 뒤 변경수 대표팀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세계적 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1998년께 사격 훈련을 하던 중 오른쪽 눈을 다치는 등 불운이 찾아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대표팀 선발전에서 떨어져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후배 이보나의 활약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7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며 재기를 알렸다. 좌우 시력이 1을 넘지 못해 날이 흐릴 땐 표적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최근 7년 간 가장 열심히 훈련할 정도로 온힘을 쏟아 부었다.
손혜경은 경기 하루전까지도 연습사격이 잘 되지 않아 울음을 쏟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연습에서는 잘 되지 않아 힘들었는데 오늘은 바람도 잠잠하고 춥지 않아 날씨가 도와준 측면도 있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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