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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녀 체조자매 펄펄 날던 날

등록 2006-12-06 18:27수정 2006-12-06 18:28

북한의 홍수정(왼쪽)-홍은정(오른쪽) 자매가 여자체조 도마 종목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금메달을 따낸 중국의 쳉 페이와 함께 단상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도하/AP 연합
북한의 홍수정(왼쪽)-홍은정(오른쪽) 자매가 여자체조 도마 종목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뒤, 금메달을 따낸 중국의 쳉 페이와 함께 단상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도하/AP 연합
홍수정·은정 ‘따고 또 따고’
“언니가 금메달을 따서 더 좋아요.”

언니의 이단평행봉 연기가 완벽한 착지로 끝나자 동생이 벌떡 일어났다. 자매는 이심전심이다. 금메달을 확신한 언니가 손을 흔드는 순간, 관중석의 동생은 박수를 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홍수정(20)-은정(17) 자매가 북한 체조를 빛내던 날이었다. 언니인 홍수정이 6일(한국시각) 이단평행봉에서 북한 여자체조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앞서 도마에선 자매가 함께 나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언니랑 저랑 도마를 제일 잘해요”라던 은정이었다. 자매는 실수도 나란히 하며 서로를 달랬다.

북한 함흥에서 온 자매는 쌍둥이처럼 모든 게 닮았다. 부끄럼을 많이 타 얘기를 하면서도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말 한마디 걸어볼래도 수줍은 듯 웃으며 총총 걸음으로 달아나버린다. 그런 언니를 졸졸 뒤따르는 은정이는 관중석에 앉아서야 어렵게 말문을 연다. 그 나이 또래들처럼 언니랑 싸우기도 한단다. 그래도 “언니는 언니”라고, “‘힘내라’는 말도 언니가 먼저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네들의 부끄럼은 ‘설정’일지도 모른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또 달라진다. 틈틈이 다른 선수와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다. 도마에 함께 출전한 한국의 유한솔(16)과는 과자도 나눠먹으며 싱글거렸다. 한국대표팀 한은비(16)는 “연습할 땐 둘 다 명랑하다”고 자매를 말한다. “은정이가 더 붙임성이 좋다”는 말은 금방 확인됐다. 카메라 앞에서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웃음을 지어보이는 쪽은 동생인 은정이다. “안 찍을래요”하다가도, “됐어요”란 말을 하기 전까지 줄곧 카메라만을 바라보는 모습이 다정스럽다.

언니인 홍수정이 체조를 한 지는 10년 남짓. 동생은 언니보다 2년 늦게 시작했다. “누가 더 잘 하냐?”는 물음에 대답이 없다가, “동생이 언니보다 잘하면 도덕적으로 안되지”라는 한 임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은정이다. 단체전 은메달, 개인종합 동메달 등 언니는 금1 은2 동1를 따내며 이번 대회 스타가 됐다. 금메달을 못딴 동생은 서운하지 않을까. “언니가 저보다 좀 더 잘해서…, 제가 딴 것보다 더 기뻐요.” 언니의 금메달을 받아든 동생은 이리보고 저리보고 좋아라한다. 마치 자기 것인 양….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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