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11살 우슈 선수’ 바체 니코고스
레바논의 바체 니코고스는 올해 만 11살이다. 한국 같으면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나이. 때문에 얼굴에는 잔뜩 앳됨이 묻어난다. 하지만 니코고스는 당당히 가슴에 자랑스런 국기를 달고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했다. 종목은 우슈. 베이루트 출신의 레바논 토박이 소년은 어렸을 적부터 배워온 우슈 실력를 겨뤄보기 위해 중화권 선수들과 나란히 섰다.
그의 키는 1m35. 몸무게는 고작 33㎏밖에 안된다. 대회 명단을 살펴보면 그외에 1m60 이하의 선수는 단 한명 뿐이다. 대부분 1m70 안팎이다. 때문에 니코고스는 다른 경쟁자들을 올려다볼 때 힘겨워 보인다.
그래도 니코고스는 ‘형들’과의 경기에 절대 주눅들지 않는다. 그가 출전한 경기는 개인기량을 겨루는 장권 전능 부문인데, 지난 11일 1차 경기서는 7.55의 점수를 받아 전체 참가자 20명 중 16위에 올랐다. 1등은 9.80. 경기 도중 0.5점이 감점돼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경기 뒤 니코고스는 “내가 만약 18살인데 오늘과 같은 점수를 받았다면 아버지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아버지가 이해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니코고스를 소개한 도하아시아경기대회 공식 홈페이지의 마지막 글귀가 눈에 쏙 들어온다. “아들아, 네가 나중에 스타가 될 것이라고? 너는 이미 스타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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