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풀리네” 남자 농구대표팀의 최장신 공격수인 하승진이 12일(한국시각)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중국 선수들의 수비에 고전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남녀농구, 사상 최악의 성적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한국 남녀농구가 아시아경기대회 사상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대회 2연패를 노린 남자농구 대표팀은 12일 밤 8강전에서 하승진(16점·16튄공)이 분전했지만 중국에게 52-68로 완패했다. 이로써 남자 농구는 1958년 도쿄대회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남자농구는 5~8위전으로 밀렸고, 여자농구는 15일 새벽 1시 일본과 동메달을 다툰다.
한국 남녀농구는 애초 우승이 목표였다. 결승에서 최강 중국과 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중동(남자)과 대만(여자)의 벽에 막혀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 농구의 전력 약화는 남녀 모두 인위적인 세대교체에서 비롯됐다. 남자는 76년생, 여자는 79년생 이하로 나이를 제한해 대표선수를 선발했다. 서장훈(74년생)만이 예외적으로 뽑혔지만 그나마 거의 뛰지 않았다. 선수 수명은 갈수록 늘어는데, 대표선수 선발은 거꾸로 간 셈이다.
남자는 기존 서장훈(32·삼성)-김주성(27·동부)에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하승진(21·223㎝)과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24·경희대)이 가세해 골밑을 강화했다. 하지만 슈터에서 구멍이 생겼다. 기대주 방성윤(24·SK)이 부상으로 겨우 한경기만 온전히 뛰었고, 송영진(28·KTF)과 김성철(30·전자랜드)은 각각 7.8점과 6.2점의 평균득점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투지도 실종됐다. 최부영 감독은 이란에게 패한 뒤 “이게 프로선수들이냐, 정신들이 썩었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여자농구의 전력은 더욱 심각하다. 9월 브라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6개팀 중 13위에 그친 뒤 “이게 무슨 국가대표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셌지만 베테랑 선수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소속팀에서조차 주전으로 못뛰는 선수가 수두룩한데도 그대로 밀고나갔다. 그 결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만에게 지는 망신을 당했다. 유수종 감독은 “내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때는 베테랑 선수들을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남녀 모두 섣부른 세대교체를 인정한 꼴이 됐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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