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각) 열린 남자 육상 창던지기에서 박재명이 금메달 확정되는 순간 관중석의 핀란드인 에사 코치에게 뛰어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한국육상 유일 금 쾌거 창던지기 박재명
기술·경험 전해준 필란드인 코치와 포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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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25·태백시청)은 창던지기 아시아 정상을 확정지은 뒤 관중석쪽으로 달려갔다. 그를 맞은건 53살 핀란드인 에사 코치였다. 둘은 깊은 포옹을 나눴고, 관중석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박재명은 “사실 큰 절을 올리고 싶었는데, 관중석에 계셔 껴안기만 했어요”라며 더 큰 예의를 갖추지못한 걸 죄송스러워 했다.
박재명은 13일(한국시각) 남자 창던지기에서 79m30을 던져 무라카미 유키후미(일본·78m15) 리롱샹(중국·76m13)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을 딴 다음날 통화를 나눈 그는 우승의 기쁨이 가시지않은 듯 “잠이 잘 안오던데요”라고 말했다. 그는 “에사 코치한테 기술과 경기운영에서 많이 배웠던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라며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에사 코치는 197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80m대를 기록한 인물이다. 세계선수권(1987년)과 올림픽(1988년)에서 핀란드 코치를 맡아 창던지기 금메달을 만들어냈다. 육상연맹은 외국인 코치를 물색하다 교직을 준비하던 에사를 찾아내 끈질긴 설득 끝에 박재명의 지도를 부탁했다.
“지난해 12월 핀란드로 가 처음 만났어요. 올해 제가 계속 79m대를 기록하니까 ‘세븐티나인(79) 박’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80m를 넘길 수 있는데도, 79m를 던진다면서….” 박재명의 최고기록은 83m90이다.
훈련량도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지난 6월 안동에서 열린 전국실업선수권 때는 경기 당일 아침 개울가로 데려갔어요. 돌이라도 던져 감을 잃지말라는 거죠.” 에사 코치는 자세를 잡는 실내 연습에도 비중을 뒀다. “창에 줄을 매달고, 또 실내니까 창이 무뎌질 수 있어 끝에 테니스 공을 단 뒤 던지는 훈련도 수시로 했어요. 팔로만 던지지 말고 복부와 등 근육을 이용하라는 말도 많이 하셨죠.”
에사 코치는 지난 7월 박재명을 핀란드로 데려가 육상연맹도 듣지못한 대회에 출전시켜 제자의 담력을 키웠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박재명이 자신의 최고 기록 보다 11m나 적은 72m70을 던져 예선탈락한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다음달 계약이 끝나는 에사는 핀란드로 돌아간다. 물에 김치를 씻어서라도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이 좋아졌다는 그는 “뭔가 이루고 가게 돼 기분이 좋다”고 얘기했다. 홀로 남게 될지도 모를 제자의 반응은? “대표팀이 못잡으면 저라도 따라가야죠.”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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