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자신보다 33㎝나 작은 개그맨 출신이기 때문이었을까? 최홍만은 처음부터 경기를 즐기려는 듯했다. 팔꺾기와 그라운드 기술이 허용되는 종합 규칙으로는 처음 갖는 경기였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불과 10초 후 최홍만은 승자가 됐다.
31일 밤 일본 오사카 돔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K-1 다이나마이트 대회. 래퍼로 변신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6)이 2006년 마지막 날을 화끈하게 장식했다. 최홍만은 나이지리아의 바비 오로건(34)을 경기 시작 10초 만에 티케이오(TKO)로 물리치고 K-1 통산 10승(2패)째를 따냈다.
최홍만은 키 218cm의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7명의 여성 댄서들과 안무까지 곁들인 ‘미녀와 야수’를 부르며 입장했다. 이어 오로건은 나이지리아 전통 복장을 입고 오페라 가수처럼 웅장한 노래 끝에 링에 올랐다. 오로건은 공이 울리자 최홍만에게 득달 같이 달려들다 넘어졌다. 최홍만은 오로건을 향해 맹수처럼 달려들어 7~8차례의 펀치를 오로건의 얼굴에 퍼부었고 심판의 중지로 경기는 싱겁게 끝났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인 세명 가운데 최홍만의 스승으로 유명한 김태영(36)만이 승리했다. 김태영은 이시자와 도키미츠(38·일본)를 맞아 1회 2분47초 만에 왼발 하이킥 한방으로 통쾌한 케이오(KO)승을 거뒀다. 그러나 K-1 데뷔전을 가진 투포환 선수 출신 김재일(32·랜디 김)은 일본의 무사시에게 3회 30초 만에 오른손 한방으로 케이오(KO)패했고, ‘불곰’ 김동욱(29)도 나이토 유키야(일본)와의 오프닝 경기에서 3회 1분11초 만에 케이오(KO)로 무릎을 꿇었다.
한편, ‘얼음황제’ 에멜리아넨코 효도르(30·러시아)는 이날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프라이드 남제 2006’에서 ‘사모아의 괴인’ 마크 헌트(뉴질랜드)를 1회 종료 직전 탭 아웃 승으로 누르고 챔피언 벨트를 지켰다.
재일동포 유도 선수 출신 추성훈(31)은 이날 마지막 메인 경기에서 사쿠라바 카즈시(일본)를 1회 5분37초만에 티케이오(TKO)로 누르고 대미를 장식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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