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안드로 다 실바(24·삼성화재).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때 프로배구계에 출현한 ‘괴물’이었다. 현대캐피탈과의 그랜드개막전에서 무려 49득점을 기록했다. 그의 손끝에서 그날만 9개의 신기록이 나왔다. 2m8의 키에 짧은 레게머리를 연상케 하는 곱슬머리, 하지만 아이처럼 선하고 깊은 눈을 가진 레안드로를 경기도 용인 훈련장에서 만났다. 여성 배구팬들에게 아주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는 소위 ‘애 딸린 유부남’이다.
레안드로는 ‘삼바축구의 나라’ 브라질 출신. 그는 어릴 적 여느 브라질 소년처럼 축구선수를 꿈꿨다. 그런데 키가 너무 컸다. “1년 동안 축구를 했는데, 조그만 애들이 너무 빨라서 관뒀다.” 12살 무렵에 이미 그의 키는 1m89였다. 아버지의 키가 1m92, 어머니의 키가 1m80이니 피는 속일 수 없나 보다. 키 때문에 잠깐 농구도 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농구는 돈좀 있는 애들이 하는 것”이라서 또 그만뒀다. 결국 그는 12살 때 배구선수의 길을 택했다. “그때 이후로 배구 아닌 다른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배구에 재능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레안드로는 브라질과 한국 배구의 다른 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브라질은 타점높은 공격위주인데, 한국은 수비와 조직력 위주인 것 같다.” 2m를 훌쩍 넘는 큰 키에서 70㎝의 서전트 점프를 기록하는 그는 상대 블로킹을 넘어서는 가공할만한 스파이크가 장점. 자신의 단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수비와 블로킹이 약하다”고 답한다.
12살에 이미 1m89·6살 위 누나친구와 결혼
‘라이벌’ 루니 평가는…“국제용은 아닌 듯”
레안드로는 결혼에 있어서 일찌감치 스파이크를 날렸다. 누나 친구인 베라 루시아(30)를 18살에 만나 4년 열애 끝에 결혼하고, 지난해 첫 아이까지 얻었다. 아내의 키는 1m68. 레안드로와는 무려 40㎝ 차이가 난다. 자신의 생일(12월17일)에 맞춰 입국했던 아내는 딸 리안드로의 돌(1월16일)이 지난 뒤 17일 브라질로 떠난다. 레안드로는 “아내가 돌아가면 외롭기도 하겠지만, 옆에 팀 동료들이 있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에서 그를 살뜰히 챙겨주는 이는 통역 손정식씨 외에 세터 최태웅, 리베로 여오현 등이 있다. 특히 최태웅은 종종 레안드로 방으로 놀러가 한국말도 가르쳐준다. 삼성화재 경기 중계가 있을 때 “세터고정”, “높게”, “빨리”라는 우렁차지만 어설픈 한국말이 들리면 바로 레안드로일 것이다.
반대로, 최태웅이 레안드로에게 포르투갈어를 배우기도 한다. 최태웅은 포르투갈어 책을 사서 틈틈이 배울 정도로 정성을 보인다. 레안드로가 “최태웅이 팀내에서 제일 잘해준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인터뷰 전에 최태웅이 포르투갈어로 “꼭 나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반강요를 하기는 했다.) 인터뷰 도중 “숀 루니”라는 말을 꺼내자 레안드로는 자못 곤혹스러워했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뒤부터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닌 것이 ‘루니’라는 두 글자이니 그럴만도 했다. 손정식씨는 “만약에 누군가 레안드로에게 ‘제2의 루니’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자존심이 엄청 상해할 것”이라고 귀뜸한다. 그만큼 레안드로는 누군가의 비교대상이 아닌 레안드로, 그 자신만으로 한국에서 평가받고 싶어한다.
참고로, 마지 못해 대답한 루니에 대한 레안드로의 평가는 “현대캐피탈의 시스템에는 잘 맞는데 국제용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레안드로는 6일 다시 루니와 재대결을 벌인다.
용인/글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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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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