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 13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탁구단 체육관에서 강문수 감독(오른쪽), 이철승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맹훈련하고 있다.
반뼘 더 긴팔에 날쌘 몸놀림
체중 늘리고 공격기술 다양화
체중 늘리고 공격기술 다양화
[만나 봅시다] 올림픽 2연패 꿈꾸는 ‘탁구천재’ 유승민 /
‘탁구천재’ 유승민(25·삼성생명)을 보면 얼굴에 재기가 넘쳐난다. 팔도 보통 사람보다 반뼘 정도 길다. 속도와 싸움을 벌이는 빠른 움직임까지. 그의 모습에선 원숭이의 재주가 연상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우승 이후 3년, 새해 훈련장에서 만난 유승민은 여전히 발랄했다. 공을 치면서 헉헉 비명을 지르고, 잠시 쉴틈이면 감독 선생님 옷이 무슨 상표인지 장난스럽게 뒤적인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더 변화가 엿보인다. 사과만한 근육이 붙어 더 튼실해진 무릎 위 근육과, 이곳저곳 찌르듯이 공격하는 드라이브의 다양화. 유승민을 키워온 강문수 삼성생명 감독은 이를 두고 “유승민이 진화 중에 있다”고 표현했다.
큰 경기에 강한 ‘담력왕’ 유승민이 새해 각오가 매섭다. 지난 11일 끝난 국내 개막대회인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는 선배이자 맞수인 오상은(KT&G)에 져 우승을 놓쳤지만 ‘괘념치 않는다’고 한다. 그는 “상은이 형과 대등하게 싸운 게 기분좋다”며 “제겐 세계선수권(5월)과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이 목표”라고 말한다.
올림픽 우승으로 모든 것이 노출된 유승민은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강 감독은 “펜홀더 특징의 단순함을 다양화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5~6구까지 걸 수 있는 체력, 대각선 드라이브에서 벗어나 가운데까지 찌르는 날카로움, 수비할 때 연속적으로 받아넘기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체중을 3㎏ 늘려 71㎏으로 만들었고, 기교를 상당히 보완하고 있다.
그러나 특유의 폭발적인 드라이브, 공격적인 플레이, 싸움닭 기질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유승민은 “관중이 재미있어 하는 탁구, 시원시원한 탁구, 폭발적인 탁구, 힘이 넘치는 탁구를 하고 싶다”며 “다만, 다채로운 방식으로 보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민은 올해 예정된 17개의 오픈대회 가운데 10개 정도에 나가, 현재 8위인 세계랭킹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래야 내년 올림픽에서 시드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상태에서 새로 출발한다는 것도 유승민의 생각이다. 그는 “아테네올림픽 우승은 여러 경기 중에 한 경기에서 1등한 것일 뿐”이라며 “인연이 없었던 세계선수권 입상과 올림픽 2관왕이 새로운 목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림픽 2연패는 국내 구기역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어 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은 자신감을 끌어 올리는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국내대회보다 국제대회, 그것도 큰 경기에 강한 것에 대해서는 집중력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은 “탁구할 때면 오로지 공만 보이는데, 이것을 어떻게 칠까 온통 그 생각에 집중한다”며 “국제대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고 말했다. 2007 크로아티아오픈(1.16∼20)을 시작으로 국제탁구연맹(ITTF)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14일 출국한 유승민은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탁구팬에 대한 인사를 대신했다.
글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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