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혁
알파인스키 2관왕 노리는 강민혁
멀리에서 거친 눈보라를 일으키며 한 선수가 내려온다. 꽂혀진 깃발마다 유연하게 턴하는 모습이 거침없다. 종점에 다다르니 고글을 벗으며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 활강 때의 힘찬 모습과 달리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가 아주 매력적이다. “덧니는 집안 유전이예요”라면서 한번 더 웃는 이 선수는 제6회 창춘겨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알파인스키 2관왕을 노리는 강민혁(26·용평리조트)이다. 그는 1999년 용평 겨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허승욱 이후 8년 만에 알파인스키에서 한국선수단에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대회 때는 여자 회전에서 오재은만 유일하게 동메달을 따냈다. 강민혁은 2월1일(대회전)과 3일(회전)에 있을 경기에 대비해 현재 지린시 베이다후 스키장에서 막바지 컨디션 조율에 한창이다. 그가 창춘에 도착한 것이 지난 21일.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와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선수들은 28일 전후로 해서 현지에 도착했다. 때문에 “적응도 면에서는 많이 유리하다”는 게 강민혁의 판단이다. 경기에 가장 영향을 미치게 될 베이다후 스키장의 눈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바닥 자체를 얼리지 않은 상태에서 인공눈을 뿌려 눈이 너무 부드럽다. 강민혁은 눈 상태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이런 눈이라면 앞에 5분 안에 타는 게 제일 좋고, 뒤에 타면 불리할 것 같다”며 “경기 전에 누가 먼저 탈지 추첨을 하게 되는데 제발 앞번호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일본이 최대 난적이기는 하지만 자신감은 넘친다. 일본 선수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는데, 일본내 톱랭커가 아니라 랭킹 4~7위 정도가 이번 대회에 나온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상위 랭크에 있는 3명의 일본 선수들 중 2명은 이미 열흘 전 열렸던 용평컵(18일~19일)에서 제압한 적이 있던 터라 강민혁은 “해볼 만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강민혁은 2003 아오모리 대회 때 회전에서는 9위에 머물렀고, 대회전에서는 아예 중간에서 고꾸라져 스키장비를 들고 출발선으로 올라가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때 정말 죽을 맛이었다”는 강민혁은 “첫날(2월1일)에 깔끔하게 금메달을 따면 회전경기에서도 금메달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박터지게’ 싸워서 금메달을 꼭 따내고 말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민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못따면 공익요원으로 군에 입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에 돼지가 돈을 입에 잔뜩 문 꿈을 꿨다는 강민혁. 꿈 효력의 유통기한이 없다면, 그 꿈이 금메달 꿈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린/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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