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테크니션’ 타미카 캐칭(우리은행)에게는 ‘전지전능’이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는다.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은 지난해 겨울리그 우승 뒤 이런 질문을 받고 “40% 정도”라고 했다. 감독 눈에도 족히 두사람 몫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남자프로농구에서는 외국인 선수 두명이 팀 전력의 60% 이상을 해줘야 우승할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조니 맥도웰-재키 존스 콤비로 1997~98 시즌부터 2연패한 현대와 2001~2002 시즌 마르커스 힉스-라이언 페리맨의 ‘깜짝 콤비’로 정상에 오른 동양이 좋은 예다.
그러나 기량만 뛰어나다고 능사가 아니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를 외국인 선수의 감정 통제도 중요하다. 에스케이(SK)는 로데릭 하니발과 재키 존스를 앞세워 1999~2000 시즌을 제패한 뒤 이듬해에도 승승장구했다. 서장훈-조상현-임재현으로 짜여진 국내 라인업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4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엘지(LG). 그런데 두 외국인 선수가 돌아가며 ‘사고’를 쳤다. 2차전에서 하니발이 판정에 불만을 품고 집기를 집어던지며 난동을 피웠다. 하니발의 출장정지로 3차전을 내준 에스케이는 천신만고 끝에 5차전까지 갔지만, 이번엔 존스가 말썽이었다. 자신을 집요하게 수비하던 데릴 프루의 얼굴을 때리고 퇴장당한 것. 그는 경기장을 벗어나면서도 심판을 향해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1년 농사를 그르친 에스케이 최인선 감독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신선우 엘지 감독과 추일승 케이티에프(KTF) 감독은 외국인선수 잘 뽑기로 소문난 이들이다. 그런데 두 감독이 최근 ‘믿는 외국인 선수’에게 발등을 찍혔다. 엘지의 퍼비스 파스코는 16일 삼성전에서 심판에게 거칠게 대들다가 코트밖으로 쫓겨났다. 다음날엔 케이티에프 애런 맥기가 에스케이 전에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테크니컬 파울 2개로 퇴장당했다. 두 선수는 평소 온순한 성격이라 두 감독의 충격은 더 컸다.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요즘, 럭비공 같은 외국인 선수가 다된 밥에 코 빠뜨리지나 않을까 감독들은 안절부절이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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