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40·사진) 안양 케이티앤지(KT&G) 감독.
취임 50일 만에 KT&G 6강 소원 풀어
휴대전화를 통해 들려온 ‘승장’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는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유도훈(40·사진) 안양 케이티앤지(KT&G) 감독. 그는 25일 전주 케이씨씨(KCC)와의 2006~2007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마침내 6강 진출을 일궈냈다. 종료버저가 울리자, 선수들은 얼싸안고 코트에 나뒹굴었고, 유 감독도 단테 존스와 기쁨의 포옹을 나눴다. 경기 뒤 그의 휴대전화는 ‘불’이 났고, 축하문자만 수십통이 날아들었다. 유 감독은 지난 2월3일 데뷔전을 치른지 불과 50일 만에 팀의 ‘6강 소원’을 풀었다. 케이티앤지는 지난 시즌에도 막판까지 치열한 6위 다툼을 벌이다 7위에 머물렀다.
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팀은 이미 35경기(16승19패)를 치르고 19경기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게다가 처음 두경기를 어떨결에 내줘, 순위는 맨 밑에서 두번째였다.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체력까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유 감독은 “휴식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새 전술보다 기본적인 틀만 잡았다”고 겸손해 했다.
그러나 유 감독은 이후 9승8패를 올리며 6강 진출을 일궈냈다. 특히 6강의 고비가 된 마지막 2경기를 연속 막판 짜릿한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상대팀 감독의 입에서 “케이티앤지의 변칙전술에 당했다. 유 감독 대단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부산 케이티에프(KTF)와의 6강 플레이오프(4월1·3·5일)를 앞둔 유 감독은 여전히 걱정이 태산이다. 팀의 주축 주희정은 발목, 은희석은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유 감독은 “잘 따라주고 있는 선수들을 믿는다”며 ‘이변’을 예고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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