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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기다려지는 ‘비주류의 반란’

등록 2007-04-03 18:21

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그들은 굶주린 사자 같았다. 먹이를 향해 돌진하듯 정신없이 3점슛을 쏘아댔다. 20개를 던져 무려 14개를 꽂아넣었다. 성공률은 무려 70%. 지금도 깨지지 않는 플레이오프 신기록이다. 2003년 3월17일, ‘헝그리 구단’ 코리아텐더가 신기에 가까운 3점슛으로 ‘부자구단’의 상징 삼성을 물리치고 4강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아직도 적지 않은 농구팬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4강 신화’의 중심에는 ‘헝그리 감독’ 이상윤(44)이 있었다. 그는 2002년 가을, 느닷없이 코치에서 감독대행을 맡았다. 구단은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진효준 감독을 자르고 이상윤 감독대행으로만 팀을 운영한 것이다. 구단 형편은 너무나 궁색했다.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는 체육관에서 대형선풍기를 켜놓고 훈련했다. 유망선수를 다른 팀에 내다팔아 돈을 마련했다. 32평짜리 아파트에 선수 15명이 ‘구겨져서’ 먹고 잤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가 살길은 승리 뿐”이라고 강조했고, 마침내 ‘신화’를 만들었다.

이상윤 감독의 농구인생은 철저히 ‘비주류’였다. 그는 배재중학교 2학년 때 “멋있어 보여서” 농구공을 처음 만졌다. 배재고에선 ‘득점력있는 포워드’로 인정받았지만, 연·고대에 진학하기엔 ‘끈’이 없었다. 성균관대에 들어가 팀을 두차례 우승으로 이끈 뒤 명문 삼성전자에 당당히 입단했다.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류’에 편입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고, 무릎부상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잠깐 ‘주류’ 맛을 봤지만, 이후 7년간이나 농구판을 떠나 냉장고와 자동판매기 영업을 했다. 그는 “지금도 자판기를 보면 어떤 제품인지 대충 안다”며 웃었다.

그래도 지도자의 꿈은 한순간도 버리지 않았고, 마침내 코리아텐더에서 꿈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은 야인이었다. 다시 프로팀 지휘봉을 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연줄’에서 밀렸다. 그가 최근 우여곡절 끝에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사령탑에 선임됐다. 금호생명은 만년 꼴찌팀이다. 하지만 그는 비주류의 설움을 잘 안다. 그가 일으킬 ‘비주류의 반란’이 기대된다.

김동훈 기자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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