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시즌 강행군에 체력 바닥
“진정한 챔피언은 너희들이다. 문밖으로 나갈 때 고개 숙이지 마라.”
경기가 끝난 뒤 정덕화(44) 감독은 대기실에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선수들이 나간 뒤 정 감독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눈가의 물기를 훔쳐 냈다. 지난해 여름리그 챔피언에 올랐을 때도 흘리지 않은 눈물이었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우리은행과의 4강 플레이오프부터 챔피언전까지 14일간 무려 8경기를 치렀다. 체력은 바닥났고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챔프 1차전이 끝난 뒤엔 주전 4명이 링거를 맞았다. 특히 챔프 4차전과 5차전 사이에는 휴식일도 없어 이날 경기엔 제대로 훈련도 못하고 나왔다. 정 감독은 “선수들이 코트 바닥에서 발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자유투도 간신히 들어가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맏언니’ 박정은(30)은 경기 막바지엔 점프조차 버거워했다.
정 감독은 경기장에 들어서기 직전 선수들에게 “유니폼 앞의 삼성생명 마크를 생각하라”며 자부심을 강조했다. 전날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던 선수들은 이날도 종료 버저가 울릴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어 신한은행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정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전했다. 2001년 현대에서 감독-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이영주 신한은행 감독도 “깨끗한 매너로 좋은 승부를 펼쳐 준 덕화 형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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