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34·오리온스)
팀 PO 탈락 속에서도 빛난 김병철 부상투혼
“(김)승현이 몫까지 다 하려 했어요.”
얼음팩을 댄 김병철(34·오리온스)의 왼쪽 허벅지는 퉁퉁 부어있었다. 이틀 전(9일)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모비스 양동근과 부딪혀 다친 다리가 경기 내내 욱신거렸지만 2연패를 당한 팀을 생각하면 그것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포인트가드 김승현마저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그렇게 김병철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3차전에서 자신의 몸을 던졌다.
28득점 6도움주기. 김병철은 11일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경기를 조율하며 팀 최고득점까지 올렸지만 승부는 91-83 울산 모비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부어오른 다리때문에 연습을 거의 못한 상태로 김병철은 팀의 기둥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3쿼터엔 체력이 떨어진 피트 마이클(26점·11튄공잡기)을 대신해 공격을 도맡다시피했다. 3쿼터에만 팀 득점(27)의 절반인 14점을 뽑아냈다.
“힘들기야 저도 마찬가지죠.” 4쿼터 들어 체력의 한계를 드러낸 김병철은 5득점에 그쳤다. 전희철(34·SK) 현주엽(32·LG) 신기성(32·KTF) 등과 함께 ‘고려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피터팬’ 김병철도 어느새 30대 중반에 들어섰다. 피로 회복이 빠른 타고난 강철체력이지만 무거워지는 몸을 그도 어쩔 수 없다. 비록 졌지만 선수대기실에서 얼음 찜질을 하던 김병철의 표정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김병철은 “아직 오리온스에서 한 시즌이 남았다”며 아쉬움을 기대로 달랬다. 오리온스 김진 감독은 인터뷰 첫머리에 “다친 몸을 이끌고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어준 (김)병철이에게 고맙다”며 노장의 투혼을 격려했다.
대구/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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