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생 조민혁이 지난 20일 미국령 괌 힐튼호텔 테니스 구장에서 열린 호주 출신 제임스와 남자단식 결승전서 강한 서브를 날리고 있다. 괌/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괌 국제테니스오픈 가보니
초청선수 중 한 명인 정성윤(31·경산시청)이 말했다. “테니스는 K-1”이라고. 이유인즉, “철망으로 둘러싸인 코트에서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만이 승자가 되니 그렇다”나.
올해 4회째를 맞은 괌국제테니스오픈(16~20일·총상금 1만5천달러). 힐튼 괌 리조트&스파에 설치된 5개의 하드코트 위 체감온도는 40도 이상. 결승까지 심판도, 볼보이도, 점수판도 없었다. 스스로 혹은 상대방이 ‘인’과 ‘아웃’을 판단해야 했다. 출전선수는 초청된 프로선수가 몇명 있었지만 아마추어가 대부분. 그래도 드라마와, 치열한 승부가 있었다.
심판·점수판 없어…대부분 아마추어
참가자들 치열한 승부 프로대회 뺨쳐 늘 아들 곁을 지키는 이상철(53)씨=경산시청 테니스 선수 이철희의 부친. 결혼 전 조폐공사 소속 배구선수였던 아내는 하나 있는 아들 운동시킨다면서 정말 열심히 쫓아다녔더랬다. 하지만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코트로 점심을 주러 갔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뒤 그저 그랬던 아들이 갑자기 힘을 냈다. “학교내에서라도 최고가 돼라”던 엄마 말씀을 그제서야 새겨들은 듯. 아들은 상위권 성적을 올리며 보란듯이 테니스 명문 건국대 입학허가증을 받았다. 그때까지 투병중이던 아내는 그 모습까지 지켜보고 눈을 감았다. 지금은 아내 몫을 내가 한다. 칭찬에는 인색하다. 올해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일반부 우승 때도 그랬다. 결국은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이겼는가가 중요하니까. 두마리 토끼 좇는 손주영(23·사이판 대표)=2년 전 한때 프로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손동곤씨·현 테니스 지도자)를 처음 이겼다. “아버지도 이젠 늙으셨구나” 싶었다. 축구를 하고팠는데 아버지는 열살 때 내 손에 라켓을 쥐어주셨다. 처음엔 싫었지만, 이기는 맛을 알아가니 테니스가 재미있어졌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사이판을 찾은지 7년째. ‘손주영’이 아닌 ‘다니엘’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판 대표로 국제대회도 나갔더랬다. 하와이 브리검영대학(BYU·호텔경영 전공)에 편입해 두달 후부터는 혼자 그곳으로 가게 된다. 하와이에서도 대학 테니스팀에 들어가 실력을 쌓을 계획이다. 두 달동안 한국에 머물 계획인데 아버지는 벌써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기대하라”고 한다. 쇼핑 카트 7개에 담긴 수백개의 테니스공…. 그게 나를 기다린다. 마지막에 웃은 자, 조민혁(20·명지대 3학년)=19일 오전 8시. 단식 8강전이 시작됐다. 상대는 실업선수 이철희 선배. 국내 대회에서도 실업선수를 이기기란 버겁다. 3세트까지 가는 접전. 중간에 다리에 경련이 와 치료도 받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끝까지 매달렸다. 결국 이겼고 절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 그냥 코트 위에 고꾸라졌다. 땡볕에서 3시간30분은 너무 길었다. 오후 4시30분. (임)형찬(한국체대4)형이랑 복식 4강 경기를 뛰었다. 실업선배들을 이긴 팀이라 반드시 이기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막상막하였지만 졌다. 관중들은 “정말 재미있던 경기”라며 박수쳤다. 1시간30분 지난 오후 8시. 다시 코트 위에 섰다. 단식 4강전. 죽을 힘을 다해 쳤고, 이겼다. 나는 아직 철망안에서 버틸 힘이 있다.(조민혁은 20일 결승전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코트 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가 됐다. 더불어 생애 첫 2천달러의 상금도 손에 쥐었다.)
괌/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참가자들 치열한 승부 프로대회 뺨쳐 늘 아들 곁을 지키는 이상철(53)씨=경산시청 테니스 선수 이철희의 부친. 결혼 전 조폐공사 소속 배구선수였던 아내는 하나 있는 아들 운동시킨다면서 정말 열심히 쫓아다녔더랬다. 하지만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코트로 점심을 주러 갔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뒤 그저 그랬던 아들이 갑자기 힘을 냈다. “학교내에서라도 최고가 돼라”던 엄마 말씀을 그제서야 새겨들은 듯. 아들은 상위권 성적을 올리며 보란듯이 테니스 명문 건국대 입학허가증을 받았다. 그때까지 투병중이던 아내는 그 모습까지 지켜보고 눈을 감았다. 지금은 아내 몫을 내가 한다. 칭찬에는 인색하다. 올해 전국종별선수권대회 일반부 우승 때도 그랬다. 결국은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이겼는가가 중요하니까. 두마리 토끼 좇는 손주영(23·사이판 대표)=2년 전 한때 프로테니스 선수였던 아버지(손동곤씨·현 테니스 지도자)를 처음 이겼다. “아버지도 이젠 늙으셨구나” 싶었다. 축구를 하고팠는데 아버지는 열살 때 내 손에 라켓을 쥐어주셨다. 처음엔 싫었지만, 이기는 맛을 알아가니 테니스가 재미있어졌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사이판을 찾은지 7년째. ‘손주영’이 아닌 ‘다니엘’이라는 이름으로 사이판 대표로 국제대회도 나갔더랬다. 하와이 브리검영대학(BYU·호텔경영 전공)에 편입해 두달 후부터는 혼자 그곳으로 가게 된다. 하와이에서도 대학 테니스팀에 들어가 실력을 쌓을 계획이다. 두 달동안 한국에 머물 계획인데 아버지는 벌써부터 “하드 트레이닝을 기대하라”고 한다. 쇼핑 카트 7개에 담긴 수백개의 테니스공…. 그게 나를 기다린다. 마지막에 웃은 자, 조민혁(20·명지대 3학년)=19일 오전 8시. 단식 8강전이 시작됐다. 상대는 실업선수 이철희 선배. 국내 대회에서도 실업선수를 이기기란 버겁다. 3세트까지 가는 접전. 중간에 다리에 경련이 와 치료도 받았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끝까지 매달렸다. 결국 이겼고 절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 그냥 코트 위에 고꾸라졌다. 땡볕에서 3시간30분은 너무 길었다. 오후 4시30분. (임)형찬(한국체대4)형이랑 복식 4강 경기를 뛰었다. 실업선배들을 이긴 팀이라 반드시 이기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막상막하였지만 졌다. 관중들은 “정말 재미있던 경기”라며 박수쳤다. 1시간30분 지난 오후 8시. 다시 코트 위에 섰다. 단식 4강전. 죽을 힘을 다해 쳤고, 이겼다. 나는 아직 철망안에서 버틸 힘이 있다.(조민혁은 20일 결승전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코트 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가 됐다. 더불어 생애 첫 2천달러의 상금도 손에 쥐었다.)
괌/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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