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안준호 감독 / 대구 오리온스 이충희 감독 / 서울 SK 김진 감독 / 원주 KCC 허재 감독 / 부산 KTF 추일승 감독 / 안양 KT&G 유도훈 감독 / 창원 LG 신선우 감독 /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 / 원주 동부 전창진 감독 / 인천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코트의 사령탑 ‘10인10색 지휘스타일’
프로농구 서울 삼성 안준호(51) 감독은 경기 중 때때로 오른무릎을 꿇고 ‘앉아쏴’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매가 먹잇감을 노려보듯 매서운 눈초리로 코트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 자세는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렸다. 안 감독은 “(감독직에서) 은퇴하는 날 가르쳐 주겠다”고 말했다. 주위에선 “경기에 몰입하기 위한 자신만의 습관일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입을 다물어 더욱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농구 10개팀 감독들 표정과 행동은 천태만상이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동작이 어느덧 그 감독 이미지로 굳어지기도 한다. 서울 SK 김진(46) 감독은 종종 팔짱 낀 왼손을 마치 시계 보듯 45도 각도로 올린다. 덕분에 그의 시계는 어느 감독보다도 중계화면이나 사진에 많이 나온다. 그는 “무의식 중에 나오는 행동이라 잘 몰랐다”며 웃었다. 대구 오리온스 이충희(48) 감독은 경기할 때 언제나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왼손이 아니라 항상 오른손이다. 부산 KTF 추일승(44) 감독은 경기 전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가장 경건하다. 그는 이미 코트에 들어서기 직전 대기실에서 혼자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 묵념하는 ‘의식’을 치른다. 또 양복 앞단추를 여간해선 풀어헤치지 않을 만큼 자세가 정갈하다.
감독들 표정은 더욱 각양각색이다. 원주 동부 전창진(44) 감독은 동작이 가장 크다. ‘치악산 호랑이’라는 별명답게 코트에서 가장 열정적이다. 불리한 판정이 나오기라도 하면 큰 몸집에 허스키한 목소리로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한다. 전 감독 아래에서 플레잉코치를 지낸 원주 KCC 허재(42) 감독도 매서운 눈매로 코트를 휘어잡는다.
창원 LG 신선우(51) 감독은 표정만으로는 속마음을 읽을 수 없다. 이른바 ‘포커페이스’. 벤치에서 이따금 일어나도 조용히 팔짱만 낀다. 지난달 부산 KTF에게 경기종료 버저와 함께 역전 3점슛을 맞고 허무하게 졌을 때 일이다. 펄쩍펄쩍 뛰어도 분이 안풀릴 판인데도 신 감독은 허허 웃고 말았다. 인천 전자랜드 최희암(51) 감독은 거의 표정이 없다. 입은 꾹 다문 채 검은 뿔테안경 사이로 진지한 눈빛만을 전할 때가 많다.
안양 KT&G 유도훈(40) 감독은 ‘코트의 여우’라는 별명답게 표정 변화가 가장 다양하다. 선수나 심판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다가도 이내 표정을 바꿔 미소를 짓기도 한다. 승부처에선 양손으로 두 손가락을 흔들거나 양 검지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무언의 몸짓을 보낸다. 그는 “상황 변화에 따라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울산 모비스 유재학(44) 감독도 표정 변화가 많은 편이다. 특히 심판에게 항의할 때는 억울하다는 표정이 10개 감독 중 얼굴에 가장 잘 나타난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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