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케이시 리드와 크리스 리드 짝(일본)이 15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2008 세계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 아이스댄싱부문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안방서 열린 4대륙선수권 팬들 아쉬움
국내 주요선수들 부상탓 출전 포기해
국내 주요선수들 부상탓 출전 포기해
빙판이 살풋 녹아도 좋다고 여겨질 만큼 국내 피겨스케이팅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13일 고양 어울림누리얼음마루에서 개막한 2008 세계빙상경기연맹(ISU) 피겨 4대륙선수권대회.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18·군포수리고·세계랭킹 2위)에 1위자리를 내준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세계랭킹 1위)가 재대결을 기대하며 먼저 참가를 결정했다. 이어 ‘피겨요정’ 김연아도 겨울체전 대신 이 대회 출전을 선언했다. 여자선수로는 유일하게 4회전 점프(쿼드러블 살코)를 하는 안도 미키(21·일본·세계랭킹 7위)까지 동반 출전한다는 소식에, 빙판을 찾는데 익숙치 않던 국내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들이 모두 출전하는 여자부 쇼트프로그램(14일) 프리스케이팅(16일) 갈라쇼(17일) 티켓은 국내 피겨대회에서 이례적으로 일찌감치 매진됐다.
하지만 지난 6일 김연아가 고관절 인대와 대둔·중둔근 부상을 이유로 출전 포기를 밝히자 찬바람이 불었다. 당장 팬들의 환불 소동이 일었다. 한국에선 기대주 김나영(18·인천 연수고·63위) 김채화(20·간사이대·59위)가 출전해 쇼트프로그램에서만 각각 6위(53.08점) 13위(46.76점)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뽐냈지만 정상급 기량을 기대한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대신 예상대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아사다 마오(60.94점)와 안도 미키(2위·60.07점)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언론들은 “김연아의 허리 부상으로 아사다가 대회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방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같은 분위기”라고 보도했고, 아사다 역시 “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한국에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남자부에서도 한국은 이동훈(21·삼육대)이 갑작스런 부상을 이유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맥이 빠졌다. 남자 국가대표 자체가 1명뿐인 상황이라 모처럼 안방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국내 선수들은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남자 싱글에서는 고감도 점프연기를 펼친 다카하시 다이스케(21·일본) 에반 라이사첵(23·미국) 제프리 버틀(26·캐나다)이, 국내에서 불모지로 취급되는 페어에서는 장하오-장단 짝(중국)와 ‘은반 위의 청혼’으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존 볼드윈-레나 이노우 짝(미국)이 큰 인기를 모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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