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점 넣고 SK 제압…삼성 2위 지키기 앞장
“이규섭이 돌아왔다.”
6일 프로농구 서울 에스케이(SK)와의 경기 직후. 안준호 서울 삼성 감독은 인터뷰실에서 이규섭(31·198㎝·사진)의 ‘귀환’을 반겼다. 이규섭은 이날 20점(3점슛 4개)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삼성은 2위 수성에 고비였던 이 경기를 88-83 승리로 끝냈다.
그러나 지난 1일 올스타전 이전 3경기에서 이규섭은 6점(KT&G전 74-72승), 11점(LG전 82-95패), 9점(KCC전 78-80패)으로 부진했다. 덩달아 팀도 가까스로 이기거나, 패배를 떠안았다. 안 감독이 “이규섭의 자신감은 팀의 자신감으로 직결된다”고 한 것은 그의 슛감각이 승리로 연결되는 것이 기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규섭은 이번 시즌 ‘장신 슈터’ 시대를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고려대까지 센터로 활약한 그는 2000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삼성에 온 뒤 슈터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건 생존을 위한 변화였다. 삼성 골밑엔 서장훈과 외국인선수가 버티고 있었다. 그들은 뽑히지 않는 ‘전봇대’였고, 그는 슛감각을 손에 이식시키며 살 길을 찾았다. 데뷔 첫해 ‘신인왕’에 오르고, 붙박이 국가대표였지만, 삼성에선 주전같은 ‘식스맨’ 이상 치고가지 못했다. 그러나 서장훈이 전주 케이씨씨(KCC)로 옮긴 이번 시즌 그는 없어선 안될 주전을 꿰찼고, 득점 국내선수 부문 4위(평균 15.3점), 3점슛 성공 2위(경기당 2.5개)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규섭이 슛감각을 되찾으면서 삼성은 4강 플레이오프 직행티켓이 주어지는 2위 지키기에 힘을 얻게 됐다. 2위 삼성은 정규리그 6경기를 남기고 3위 안양 케이티앤지(KT&G)에 0.5경기차 앞서 있다. 이규섭은 “발목과 무릎이 아팠는데 올스타 휴식기(10일)동안 잘 쉬어 컨디션을 회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며 4강 직행에 자신감을 보였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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