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챔피언결정 1차전
지난해 4월6일이었다. 정덕화 용인 삼성생명 감독은 경기 뒤 선수대기실에서 “잘 했다. 문 밖으로 나갈 때 고개를 숙이지 마라”고 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다. 정 감독은 위를 올려다봤다. 그 역시 눈물이 맺힌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체육관 천정에서 떨어지는 우승 꽃종이는 안산 신한은행 선수들이 맞고 있었다. 신한은행 선수들은 감독을 헹가래치다 바닥에 떨어뜨리는 장난도 쳤다. 그런 바람에 감독은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지만, 웃었다.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가는 접전에서 3승2패로 이겼다. 한쪽은 행복할 만 했고, 한쪽은 가슴이 쓰릴 법도 했다.
1년 전 희비가 엇갈린 두 팀이 다시 만났다.
두 팀은 19일 오후 5시 안산와동체육관에서 2007~2008시즌 여자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정규리그 1위 신한은행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4위 천안 국민은행을 3전전승으로 돌려세워 체력을 아꼈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에 이어 통합챔피언(리그 1위·챔피언전 우승)을 노린다. 리그 2위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구리 금호생명의 끈질긴 저항을 3승1패로 뿌리치고 힘겹게 올라왔다.
신한은행은 마치 ‘전봇대’처럼 버티고 있는 센터 하은주(2m2)와 정규리그 득점왕 정선민(1m85), 강영숙(1m86) 등 골밑이 탄탄하다. 신한은행은 여자농구 36살 최고령 가드 전주원과 국가대표 가드 최윤아의 공배급, 진미정과 선수진의 외곽플레이를 앞세워 이번 시즌 삼성생명에 4승3패로 우세했다.
삼성생명은 11년째 손발을 맞춰온 슈터 변연하-포워드 박정은-가드 이미선의 호흡에 기대를 걸고 있다. ‘블록슛왕’ 이종애가 스피드가 떨어지는 하은주를 얼마나 막아주느냐도 관건이다. 정덕화 감독은 “우승을 하려면 1차전이 중요하다”고 했다. 삼성생명이 정말 탐내는 건 우승상금 5천만원(준우승 3천만원)이 아닐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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