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T&G 선수들이 31일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SK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 4강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KT&G 챈들러 막판 쇄기 3점슛으로 SK눌러
주희정도 13점·7도움 ‘한몫’…팀 창단후 첫 4강
주희정도 13점·7도움 ‘한몫’…팀 창단후 첫 4강
전광판엔 51.3초만 남았다. 방성윤(26점·서울 SK)이 3점슛을 꽂았다. 89-89 동점. 무릎이 좋지 않은 방성윤은 경기 직전까지 가장 늦게 라커룸에서 물파스 마사지를 받고 코트에 나왔다. 감기까지 겹쳤다는 그는 슛이 들어가자 코트 옆에 앉은 관중들과 손을 마주치며 펄쩍펄쩍 뛰었다.
에스케이가 이길 것 같던 이 분위기에 마퀸 챈들러(안양 KT&G)가 솟아올랐다. 종료 40.7초 전. 양쪽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일어섰다. 공이 포물선을 잠시 그린 뒤 에스케이 선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푹 숙였다. 3점슛이 빨려들어간 것이다. 92-89. 에스케이는 23초를 남기고 가드 김태술이 주희정의 반칙을 얻어 2개의 자유투 중 1개만 넣고 1개는 림을 맞혀 튄공을 노렸으나 그 공마저 상대 손에 들어갔다. 종료 직전 방성윤의 3점슛도 에스케이의 바람을 외면하며 2시간9분의 승부는 케이티앤지로 기울었다.
3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위 케이티앤지와 5위 에스케이와의 6강 플레이오프 2차전. 1차전에서 2시간26분간의 사투을 벌여 90-87로 이긴 케이티앤지는 트리플더블(41점·13튄공·10도움)을 기록한 챈들러와 주희정(13점·3점슛 3개·7도움)을 앞세워 94-90으로 이겼다. 케이티앤지는 2005년 창단 뒤 세 시즌 만에 처음으로 4강에 올랐다.
챈들러가 아니라 ‘신들러’라도 불러도 좋은 날이었다. 챈들러는 이날 13개의 3점슛을 던져 8개를 넣어 62%의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특히 챈들러는 82-83으로 뒤지던 종료 2분8초 전부터 2개의 연속 3점슛으로 88-83으로 내빼며 상대의 기세에 찬물을 던졌다. 93-90으로 앞서던 종료 4초 전 얻은 2개의 자유투를 챈들러가 모두 놓쳤다면, 에스케이의 3점슛 반격도 가능한 시간이었으나, 챈들러는 첫번째 자유투 1개를 꽂은 뒤 승리를 확신하는 듯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지난주 딸 돌잔치를 치른 챈들러는 “리바운드 하나, 슛 하나에 신경써야 한다. 그런 것을 못 한다면 좋은 선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팀을 맡아 처음 4강에 오른 프로농구 최연소 유도훈(41) 케이티앤지 감독은 “이제 1위 동부의 높이를 어떻게 수비하며 공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케이티앤지는 5일부터 1위 동부와 5전3선승제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