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전적
PO 1차전 KCC잡아…서장훈은 퇴장당해
1쿼터는 벤치에서 뛰었다. 이상민(36·서울 삼성)은 벤치에 앉지 않았다. 동료의 슛이 들어가면 박수를 쳤고, 놓치면 발을 동동 굴렀다. “케이씨씨를 잡고 꼭 챔피언전에 가겠다”던 말은 괜한 게 아니었다. 삼성이 22-23으로 뒤진 2쿼터부터 들어간 그는 2쿼터 1분35초께 3점슛으로 26-25로 점수를 뒤집었다. 이상민은 곧바로 공을 가로채더니, 상대 반칙을 얻어 자유투 둘을 넣고, 이어 레이업슛까지 연속 7점을 몰아넣었다. 2쿼터 중반 이상민이 받아먹기 좋게 던진 패스를 빅터 토마스가 허공에서 바로 슛으로 연결해 37-34로 벌리자, 수백명 삼성팬들은 토마스가 아닌 “이상민” “이상민”을 외쳤다. 통로까지 꽉 찰 정도로 입장한 5562명 전주 팬들은 바로 지난 시즌까지 케이씨씨 선수였기에 목청껏 소리쳤던 그 이름, 이상민을 더는 부르지 못했다.
2쿼터에서 9점을 넣은 이상민의 활약으로 52-41로 앞선 채 3쿼터를 맞은 삼성은 토마스가 12점을 쓸어담아 3쿼터 종료 55초 전 70-50으로 점수를 확 벌렸다. ‘20점 차’의 의미를 아는 허재 케이씨씨 감독은 3쿼터 막판 임재현(3점)과 추승균(9점)을 아예 벤치로 불러들였다. 케이씨씨 서장훈은 3쿼터 버저비터와 함께 골밑슛을 던질 때 상대가 팔을 건드렸으나, 심판 휘슬이 조용하자 항의를 했고, 테크니컬 파울 2개를 연속으로 받아 퇴장당했다. 서장훈은 기록지에 ‘2점’만 남긴 채 목 보호대를 풀며 코트를 나갔다. 코트가 과열되자, 경기 뒤 관중석에선 케이씨씨 외국팬과 삼성팬들 사이에서 시비가 붙어 당사자들이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외국팬이 한국말로 “삼성 성가시니까 나가!”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삼성 응원단쪽으로 다가가자, 삼성팬들이 이를 제지했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 정규리그 2위 케이씨씨와 3위 삼성의 경기. 시즌 전 유니폼을 맞바꿔입은 이상민과 서장훈의 엇갈린 운명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날 삼성이 자신의 시즌 평균득점(9.8점)을 크게 상회한 이상민(17점·3점슛 2개)과 토마스(33점) 이규섭(14점) 강혁(11점·7도움) 등 주전들의 고른 활약으로 96-80으로 이겨 먼저 1승을 챙겼다. 4강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전에 오른 것은 22번 중 18번이나 된다. 2차전은 8일 전주에서 열린다. 허재 케이씨씨 감독은 “토마스와 이상민의 2대2 픽앤롤에 너무 당했다”고 인정했다.
전날 또다른 4강 1차전에선 1위 원주 동부가 73-62로 안양 케이티앤지를 눌렀다.
전주/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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